불균형한 산업구조·낮은 인권의식 원인
연예계 종사자에 맞춘 여성 인권교육 필요

소속사 연습생 6명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유명 기획사 대표가 구속됐다. 아직까지 혐의가 모두 드러나진 않았지만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데뷔 3년차 여배우가 한 PD로부터 드라마 출연을 조건으로 ‘성 상납’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최근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연예계 성 상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2009년 배우 장자연씨가 소속사 대표로부터 정치권과 언론계 등의 유력인사들에 대한 성 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 이후 연예계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연예계가 만든 ‘침묵의 카르텔’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고 장자연씨 사건 이후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여성 연기자와 연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 연예인 인권침해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60.2%가 성 접대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끊이지 않는 여성 연예인의 성 착취와 인권유린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정부도 무분별한 연예기획사 난립을 막기 위해 현행 신고제인 연예기획업을 등록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지난해 5월에는 연예인 권익 보호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도 설립했다. 하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고,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는 지난 11개월간 연예인들의 인권침해 관련 상담을 단 한 건도 접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말뿐인 전시행정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바닥을 드러낸 연예계 인권의식부터 바꾸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연예인 지망생은 많지만 스타가 되는 사람은 적은 불균형적인 산업구조와 불투명한 캐스팅 절차, 그리고 PD, 제작자, 매니저 등 연예계 종사자들의 낮은 인권의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연예인 성상납 문제가 보도되면 많은 사람이 여성 연예인도 원한 것 아니냐고 반응하는데 성 상납을 요구하는 연예계의 특수 상황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문제는 연예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자, 기획사, 매니저, 법관 등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번 이런 사건이 터지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오히려 대중한테는 연예인 성 착취라는 문제가 습관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여성가족부도 더 적극적으로 여성 연예인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연예계라는 특수 상황에서 일반적인 인권교육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예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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