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팬들, 삶의 불안을 함성으로 녹이다”

이날 강사로 나선 문화평론가 정윤수(46·사진)씨는 ‘SES’ ‘2NE1’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순백의 소녀’부터 ‘자유로운 여성’까지 걸그룹은 다양하게 표현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성적 코드 하나만으로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설명하기는 충분치 않다. 걸그룹은 대형 기획사와 대중문화산업이 합작해서 만든 기획 상품이고 이것을 소비하는 대중은 대중문화를 능동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걸그룹에 투사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독일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개념을 들어 설명하며, “외환위기 이후 불확실성과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1인 가구가 증가해 원룸 생활자와 같은 1인 가구주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걸그룹 판타지에 빠졌다”며 “어린 시절부터 대중문화에 익숙했던 20~30대는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걸그룹을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씨는 “미국 사회의 경우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반공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에 억압받던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할리우드 스타들에 투사했다. 한국 사회의 걸그룹 현상에는 성적 코드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억압된 욕구도 숨겨져 있다”며 “앞 세대는 젊은 세대의 이런 욕망을 단순히 선도하기보다 극단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