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남녀 차이 속 시원히 풀어
연애 두려워하는 청춘들 위로
사랑에 빠지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랑하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외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할 때 가장 아프고, 사랑할 때 가장 외롭다. 사랑하던 이유는 미워하는 이유가 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를 끌어안지 못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싸움을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서로의 곁에 있기를 원한다.
“사람이라는 단어의 모양은 사랑이라는 말을 닮아 있다. ‘살아간다’와 ‘사랑한다’도 닮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 사랑한다는 건 결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곽금주 교수가 차분한 설명을 이어가자 장내는 일순간 침묵에 휩싸인다.
곽금주 교수가 사랑에 관한 심리 에세이 ‘도대체, 사랑’(쌤앤파커스)을 선보이는 기념으로 김난도 교수와 함께 마련한 토크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목동 KT 체임버홀에서 열린 이 행사는 500여 석을 꽉 메운 관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날 토크 콘서트의 진행은 개그맨 박명수가 맡아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은 가야금 오케스트라, 인디밴드 마루와 함께 공연의 중간중간 크로스오버 공연을 선보여 흥을 돋웠다. 곽 교수와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배우 김성수와 가수 박선주도 특별 게스트로 자리를 빛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사랑’이라니, 한가한 주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대에서는 이미 인기 강의로 소문난 ‘흔들리는 20대’의 곽금주 교수와 ‘아프니까 청춘’의 저자 김난도 교수에게 이런 질문들은 그리 한가롭지만은 않다. 20~30대에게 진로, 돈과 함께 여전히 변함없는 인생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크 콘서트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시대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두 교수가 저마다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밝히며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의 개인사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곽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책과 토크 콘서트에서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굉장히 엄격한 부모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스물셋에 결혼을 감행할 당시만 해도 솔직히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결혼생활을 통해 굉장히 아파보기도 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난도 교수의 경우에는 결혼 후 과묵해지고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 아내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한 남성 관객에게는 “나도 나이 들면서 호르몬의 영향으로 드라마를 보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성적이 되더라. 라디오 방송에서 상담 코너를 진행하다 말고 울컥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연애할 때 자꾸만 모성 본능을 발휘하다가 결국 스스로 지쳐서 이별하게 된다는 여성 관객에게는 “개인적으로 나도 누구에게 기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병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가지고 탁구를 친다고 생각하고 공을 넘기듯 서로의 관계를 바꿔나가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은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은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곽 교수가 “여자는 싸울 때 이야기로 풀고 서로 공감하려고 하지만, 남자들은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식으로 그 현장을 모면하려 한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자 객석 곳곳에서 여성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남성은 문제 해결적 동물이지만 여성은 공감적 동물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토크 콘서트는 ‘누구와 사랑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성숙한 사랑으로 가는 길’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됐다. 곽금주·김난도 교수의 이야기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만 그 상처를 딛고 더 성숙한 사랑을 향해 가려는 수많은 남녀에게 따뜻한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