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인권에 앞장섰던 박 검사 지키고 싶다”

우려했던대로 박은정 검사가 2일 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박 검사는 28일 ‘나꼼수’를 통해 뜨거운 주목의 당사자로 떠올랐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비방했던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전화를 나 의원의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로부터 받은 사실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 박 검사는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청탁전화에 대한 사실 관계나 감찰조사 여부 등을 일체 밝히지 않아 큰 여운을 남겼다. 박 검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검찰청은 “현재로선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다”며 사직서를 반려했고, 같은 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권재진 법무장관이 이를 재차 확인했다. 여성계는 이 소식에 커다란 상실감과 우려를 표하는 성명서를 즉각 발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 앞장섰던 박은정 검사님을 지키고 싶습니다” 성명서를 통해 “박 검사의 평소 정의로운 성품과 뜨거운 열정을 아는 우리로서는 그를 잃는 일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며 “정작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복지부동이고, 도리어 자기 역할을 그 누구보다 훌륭히 해왔던 사람이 떠나는 현실, 국민으로서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여성계는 박 검사가 지난 12년간 여성·아동성폭력 전담검사로서,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성폭력 피해자의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와 성폭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전문적 수사로 많은 기여를 해왔다며 “박은정 검사는 성폭력 신고율이 10%도 안 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는 처벌 받는다’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박 검사가 시련을 이기고 검사로서 꿋꿋이 계속 일해 줄 것과, 동시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적극 나서서 ‘제대로 일하는 검사’가 시달리지 않고 올곧게 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박 검사의 사의를 둘러싼 야권의 공방도 검찰개혁 이슈와 맞물려 가열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박 검사가 인간이 되기 위해 양심 고백을 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양심 있는 젊은 검사가 검찰을 떠나게 하는 것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소청탁을 밝힌 박 검사의 사의 표명에 검찰 상부의 압박은 없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은 “진실을 말한 사람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힘든 검찰이라면 검찰은 공명정대하게 진실을 밝히고 약자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검찰을 직접 질타했고, 창조한국당 이유원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검사를 ‘잔다르크’로 비유하며 “일 잘하던 박 검사가 하루아침에 사의를 표했다면 분명 보이지 않는 외압에 의해 된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정황”이라며 “박 검사는 의로운 투쟁을 끝까지 하라”고 격려했다. 여성신문과의 인터뷰(1127호)에서 “정의로운 처벌이 피해자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강한 소신을 표하면서도 “가해자 처벌 외에는 피해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처럼 따뜻하고 맑은 정의감을 가진 검사가 본연의 업무에 자신의 재능과 에너지를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이제, 한 검사의 희생을 막고 소모적인 논쟁과 고리에 꼬리를 무는 불신을 잠재울 공은 법원과 검찰의 ‘양심선언’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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