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서 찾아온 중년 여성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출산 이후 요통이 시작됐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임신을 하면 태아가 자라 배가 나오면서 체중의 중심이 신체 앞쪽으로 쏠리게 되고 그에 따라 척추와 골반, 무릎, 발목 등의 부위에 부담이 가게 된다. 특히 임신 5개월 이후부터는 아이를 쉽게 나오게 해주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 때문에 허리와 골반 부위의 인대가 느슨해져 요통이 발생하게 된다.

평소 허리와 척추가 좋지 않던 여성들이 임신을 했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 디스크를 진단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임신 중에 증상이 악화되거나 출산 후 디스크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높기 때문이다. 출산 시 아이가 나오면서 복압이 상승해 디스크와 척추에 큰 압력을 주기 때문에 디스크가 뒤쪽으로 밀려나 심하지 않던 척추질환도 악화되기 쉽고 통증도 극심해진다.

그렇다면 언제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임신 전부터 꾸준한 관리와 운동을 바탕으로 미리 척추질환을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중 척추질환이 찾아온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고, 출산 후부터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자연분만은 출산 3주 후부터, 제왕절개의 경우 8주 후부터 본격적으로 척추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출산을 하면 골반이 벌어지며 허리 주변 뼈 마디와 근육이 이완되고 수축력이 떨어지면서 몸의 전체적인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척추 관리를 소홀히 하면 퇴행성 척추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완된 뼈와 근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전에 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해야 한다. 출산 후 허리와 골반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고, 퇴행성 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임신 전 추나수기요법을 통해 불균형한 척추와 골반을 교정해 태아와 양수를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자궁의 혈액순환을 활성화하는 한약 처방을 통해 수정란의 착상률을 높일 수 있다. 출산 이후에는 출산 중 자궁에 남아 있는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 처방을 한 뒤에 척추의 균형을 잡아주는 추나수기요법과 척추와 골반의 인대, 근육을 강화해 산후풍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침, 약침요법, 한약 치료가 도움이 된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인생에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다. 이 행복한 축제의 후유증이 남은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는 일이 없도록, 임신 전과 출산 후에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 안정적인 치료법으로 요통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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