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보다 당내개혁과 정책변화가 우선이다

한나라당이 15년 만에 당명을 교체했습니다. ‘새누리당’으로 바꿨는데요, ‘새누리당’은 새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새 당명은 오는 9일 상임전국위원회, 13일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이로써 1997년 11월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은 15년 만에, 정확히는 14년 3개월 만에 내려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새 당명이 발표된 이후 인터넷과 SNS에서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 순위 뿐만 아니라 트위터 타임라인이 온통 한나라당 새 당명으로 뒤덮였습니다. 아쉽게도(?) 새 당명을 비꼬거나 풍자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새누리당에 대한 트위터리안들의 풍자 - 이유는? “세누리당…권세누리당의 약자??” “새: 새로 권력 잡아서 / 누: 누리리라 권력을 / 리: 리권(이권)을 더욱 더 챙겨 / 당: 당당하게 누리리라” “새누리당의 당가는 싸이가 부릅니다. ‘나 완전히 새 됐어~’” 등등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새 당명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데는 성공한 것 같은데 문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체질 개선 없이 당 이름만 바꾼다고 한나라당이 변화되지 않는다 - 이런 여론이 아직 많다는 걸 정확히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잘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체질 개선이 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선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국민이 한나라당에 실망한 건 한나라당이 보수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패정당이라는 이미지와 부도덕함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명 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얼마나 기존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거죠. 한나라당이 논란이 있었지만 정강 정책 등을 바꾸려고 하면서 나름 ‘변화’를 시도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결국 핵심은 공천 등 인적쇄신을 어떻게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 임명 논란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사실입니다. 진영아 위원의 경우,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나야 했고, 서병문 공추위원 역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캠프를 넘나들며 정치활동을 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병문 위원은 지난 2010년부터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고,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가 위원장이었던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특위위원 24명 가운데 1명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위원들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합니다. 한마디로 인적쇄신을 위한 출발점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논란 일으킨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 하지만 사과나 반성은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위원 구성을 해놓고서도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이 없는 박근혜 위원장의 태도입니다. 사실 이번 공직후보자추천위원 임명 과정은 논란이 많았습니다. 구체적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공개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내부에선 박근혜 위원장이 밀실에서 독단적으로 위원 구성을 하다가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박 위원장이 책임 있는 해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태도는 한나라당의 체질개선이나 환골탈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태도입니다. ‘깜짝쇼’에 방점을 둔 나머지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들은 4·11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물갈이를 포함해 공천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새누리당의 체질개선과 당내개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인거죠. 그런데 그런 인사들에 대한 인선이 이런 식으로 허술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향후 전망을 상당히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을 때 인터넷과 SNS에서 풍자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결론저으로 당명은 바꿨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셈입니다. 사실 공천위원들에 대한 문제점과는 별개로 현 위원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제기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세간의 비판을 박근혜 위원장측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새누리당이 전신인 한나라당의 부패·부도덕한 이미지를 쇄신하려면 인적쇄신이 필수적인데, 과연 현 공천위원들을 가지고 제대로 된 인적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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