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 각본 연출 음악감독 주연까지

 

“일분 일초가 아까워요.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돼 있는데,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무궁무진하고… 한시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죠. ‘멍 때릴’ 틈이 없어요.(웃음)”

‘열혈남아’라는 수식어가 딱이다. 빨간 토끼 눈을 하고 나타난 뮤지컬 배우 송용진(35·사진)에게 ‘많이 바쁜가 보다’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직접 각본과 연출, 음악감독까지 맡은 창작 모노뮤지컬 ‘송용진의 노래 불러주는 남자’의 막바지 연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오전에는 운동 삼아 권투 5라운드 스파링까지 하고 왔단다.

“뮤지컬 배우로 십수 년 살다보니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보이더라고요. 라이선스 공연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나마 드물게 나오는 창작 작품도 투자금 회수에 ‘안전빵’인 천편일률적인 소재가 많았어요. ‘송용진표 뮤지컬’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헤드윅’의 히로인으로 잘 알려진 그는 ‘셜록홈즈’ ‘온에어’ 등 걸출한 뮤지컬마다 주역을 맡는 뮤지컬계 최고의 남성 스타 중 한 명이다. 14년차 관록의 배우에게도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잃을 것이 없어서 도전할 수 있었다”는 그의 농처럼 작품은 제작비용과 참여 인원은 최소화하고 형식과 내용적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한 실험극이다.

‘송용진의 이상한 뮤지컬’이라는 창작 뮤지컬 시리즈의 타이틀도 그런 의미에서 붙였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음악창작집단 해적’의 소속 가수인 딕펑스와 함께 ‘치어걸을 찾아서’를 선보이며 ‘콘서트와 뮤지컬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어 후속작 격인 이 작품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노래 불러주는 남자’는 한 남자가 자신의 연인을 위해 사랑노래를 불러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평범한 로맨틱 뮤지컬처럼 보이지만 요소요소에 ‘복병’이 숨어 있다. 송용진 자신이 직접 작곡한 10곡의 사랑노래를 통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데, 때로는 수줍은 듯, 때로는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여성 관객들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 반전과 판타지적 요소를 첨가해 ‘B급영화’의 감수성도 풍긴다. 송씨가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던 미디어아트적인 요소도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예정이다. 이런 다양한 작업을 자유롭게 선보이기 위해 무대도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닌 공연과 레스토랑이 만난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선택했다.

그는 “로맨틱 뮤지컬도 송용진이 만들면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설명과 함께 “연인의 이벤트에 목말랐던 많은 여성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을 만한 ‘손발 오그라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 관객이 90%라는 ‘쓰릴미’의 아성도 무너뜨려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뮤지컬 창작자로서의 최종 목표는 ‘록키 호러쇼’ 같은 수준 높은 록 뮤지컬을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록밴드 활동을 하다 뮤지컬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록밴드 쿠바는 이달 말 새 싱글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고, 뮤지컬 ‘노래 불러주는 남자’의 수록곡을 모은 OST 앨범도 제작할 예정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 순간 배우 송용진의 생명도 끝난다고 생각한다”고 결연하게 설명할 만큼 진지하다. “뮤지컬 해서 번 돈은 몽땅 ‘해적’에 쏟아부었다. 돈 잡아먹는 기계”라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음악창작집단 ‘해적’의 대표로서 소속 가수들의 음반 제작과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뮤지컬 배우, 로커, 아마추어 복싱선수, 제작사 대표에 공연 기획자까지. 이 타이틀로도 모자란 걸까. 송용진은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모험을 준비 중이다.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주연을 맡아 충무로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묻자 그는 자신이 “늘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소년처럼 눈을 빛낸다. 그러다 갑자기 “40대에는 영화감독에 도전할 거예요”라고 선포하듯 말한다. “인터뷰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서 스스로 이 약속을 안 지킬 수 없게 채찍질하려는 것”이란다. 순수한 열정과 꿈을 현실화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중무장한 이 열혈남아가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송용진의 노래 불러주는 남자’는 2월 14일부터 25일(월요일은 쉼)까지 서울 강남역 인근의 문화예술공간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에서 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 1544-1555)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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