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화려함 뒷모습 보여주고파”
씨는 만화 애호가들에게 이미 친숙한 이름이다. 1997년 여성만화잡지 ‘나인’에 단편 연재를 시작함과 동시에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붉고 검은 색채로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인체 비율의 캐릭터, 강간과 살인, 근친상간을 넘나드는 자극적인 소재의 사용 등은 한국 순정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선보인 ‘육다골대녀’라는 제목의 단편은 육(肉)이 다(多)하고 골(骨)이 대(大)한,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도무지 ‘예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 ‘나의 꿈은’의 기획 의도는.
“영화 제작을 위한 사전 준비로 중학교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중고생들에게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연예인은 최고 선망의 직업이다. 그러나 스폰서 문제, 노예계약 문제 등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 대부분이 무지하다고 하더라. 청소년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문제들에 대해 알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 페미니스트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작가다.
“나 스스로가 가부장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여성이다 보니 여성으로서의 관점이 더 들어간 것이 아닐까. 여성의 미에 관심이 많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깨는 캐릭터로 선보여온 이유가 있나.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작품 속 여성들은 모두 내가 보기에는 예쁘다. 그러나 덩치가 크거나 어쨌든 독특한 여성들이 등장하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다소 센가 보다. 실제로 하드코어적인 것은 별로 없다. 작업 초기에는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외치는 듯 튀는 작품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이미지에 대한 욕심은 많이 줄더라.”
- 여성의 문제를 다룬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있는가.
“얼마 전 성폭력 당한 어린아이에 관한 단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다가 완성을 못 하고 멈춰 있다. 성추행 당한 충격으로 세상과 멀어지고 의인화된 사물과 소통하며 사는 주인공 여자아이는 그 상처 때문에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가해자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남편이자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고민한다는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