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비하부터 신체 폭행까지 “교사는 방관자였을 뿐”
일진들 폭력 견디다 못해 수차례 손목 그어 자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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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난나
학교폭력으로 청소년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으면서 방치돼온 폭력 사례들이 공론화되고 이번 기회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학교폭력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대학 입학 때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여성신문 교육지킴이 ‘안심해’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피해 실태와 원인, 피해자가 말하는 해결책을 들어봤다.

학교폭력 피해로 수차례 자살을 기도한 강윤수(가명·고3)양은 “학교폭력으로 청소년이 죽고 언론 보도가 될 때마다 어른들이나 안타까워하고 혀를 찰 뿐 정작 학생들은 무덤덤해한다”고 말했다. 강양은 초등학교 때 전학을 온 이후 한 아이의 주도로 졸업 때까지 수년간 왕따를 당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기대했으나 또다시 왕따가 됐다. 끊임없는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수차례 손목을 그었다.

강양은 왕따에서 벗어나려고 학급 임원을 맡아 노력했는데도 왕따를 주도하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기에는 강양이 나타나면 말을 끊고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 소외시키다가 교실이든 복도든 어디서나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언어폭력을 가했다. 또 강양이 만지는 모든 물건을 더러운 것인 양 다른 친구들이 손도 못 대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소지품을 쏟아놓고 밟고 지나가거나 책상을 넘어뜨리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왕따와 폭력은 몇 명이 주도하지만 점점 재미삼아 반 전체 학생들이 따라하며 함께 즐겼다. 죄의식도 없었다. 자살을 기도한 것은 끊임없는 괴롭힘과 외모 비하 등 언어폭력을 당하면 못났다고 세뇌돼 자괴감으로 견디기 힘들어져서다.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와 동일하게 대하며 괴롭혀 ‘나도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했다고 한다. “그 애들은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정도면 나 같으면 죽겠다’고 말했다. 마치 정말 자살하지 않을 거냐고 재촉하듯.”

강양은 왕따와 학교폭력을 당하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초기에는 외모불량, 심하게 내성적인 경우, 나대는 아이가 왕따가 된다. 튄다거나 입바른 소리를 한다거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렸더라도 나중에 성격 차이가 나타나거나 충돌이 생기면 뒤늦게도 왕따가 된다.” 친할 때 함께 이야기한 친구 험담 등을 일방적으로 여러 아이들에게 공개하거나 피해자가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에 대해 누명을 씌워 비겁한 아이로 낙인찍고 지속적으로 기정사실화한다.

강양은 왕따가 한 번 되면 눈빛부터 달라져 왕따 습성을 갖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교성이 바닥이 되고, 성격 개조가 이뤄질 만큼의 여건과 노력이 주어지지 않으면 극복이 어렵다고 했다. 학교폭력 해결 방식은 문제점이 많았다. 학생들 사이의 문제를 선생님께 알린 ‘상찌질이’가 된 가운데 학교 측은 가해자를 속 시원하게 처벌하지 않고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할 뿐이다. 처벌해봤자 학교 청소나 봉사로 끝난다. 강양은 “선생님이 피해 학생이 없을 때 학생들에게 누가 왕따 시켰느냐고 닦달해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고 했다.

강양의 어머니 김수영(가명·48)씨는 딸이 학교폭력을 겪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딸이 그 정도의 괴롭힘을 당하는지 몰랐다. 아이의 힘겨운 모습을 단지 사춘기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수시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론 어긋난 진단으로 폭력으로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조금도 풀어주지 못했다. 아이가 신체폭행을 당하고 학교를 찾아간 후에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생님 몇 분이 아이를 집중적으로 돌봐주고 전화하거나 아이를 태우러 가면 진행 상황을 말씀해 주셔서 조금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를 하면서 들은 강양의 얘기는 김씨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부모님이 다녀가신 이후로 더 괴롭힘을 당했어요. 부모님이 다녀가기 전까진 그냥 왕따지만 부모님이 다녀가면 찌질이가 되고, 그 아이들에겐 괴롭힐 근거가 더 생기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이후 관심을 갖고 돌봐주셨지만,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해요. 심지어 체벌조차도요. 일진들의 괴롭힘이 더 심해져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 아이들의 뜻대로 죽어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손목을 긋게 됐어요.”

강양에게 왕따와 폭력 해결책을 물었다. “또래집단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어른들의 시각과 판단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결론짓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다만 꼭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현재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준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고교생이 되어 왕따나 폭력 없이 무난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강양은 괴롭힘을 당하는 내내 “그래도 내가 피해자인 것이 낫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망치고 있지만 견디어내면 나중에 나는 강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강양은 인터뷰를 마치며 노래를 소개했다. 이 노래가 왕따 당하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우림의 노래 ‘낙화’다.

‘모두들 잠든 새벽 세시. 나는 옥상에 올라왔죠. 하얀색 십자가, 붉은빛 십자가. 우리 학교가 보여요. 조용한 교정이, 어두운 교실이. 엄마, 미안해요.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요. 아무런 잘못도 나는 하지 않았어요. 왜 나를 미워하나요? 난 매일 밤 무서운 꿈에 울어요. 왜 나를 미워했나요? 꿈에서도 난 달아날 수 없어요. 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이제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내일 아침이면 아무도 다시는 나를, 나를.’

강양은 왕따와 폭력을 극복하고 단련돼 건강하게 생활하지만, 이 시간도 많은 청소년이 괴롭힘 속에서 꿈을 잃고 자살을 생각한다. 왕따와 폭력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초·중·고 문화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크게 개선되고 청소년들이 고통의 수렁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등교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법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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