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무엇보다 4월 총선 결과가 12월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더욱이 올해 선거는 유럽발 금융위기, 재스민 혁명 이후 중동 정세의 불안,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불안정 등 경제와 안보에서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때 종종 가설(hypothesis)에 의존한다. 가설이란 변수들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진술이다.

예를 들면, 연령과 투표율 간에 가설이 존재하는데 ‘연령이 낮으면 낮을수록 투표율이 낮다’는 식의 진술이다. 올해 선거에서도 몇 가지 중요한 가설들이 존재한다. 첫째, 회고적 투표의 가설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태를 토대로 투표한다는 가설이다. 현 정부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여당을 응징하는 투표를 하고, 반대인 경우에는 지지할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7.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1과 2008년 7.9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했다는 점에 유권자들의 경제응징 투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2007년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교체될 때의 경제고통지수가 5.7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올해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얼마나 불리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둘째, 안보 가설이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가 불안하면 과거에는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져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유리할지 모른다. 실제로 올해 신년에 발표된 언론기관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안철수 교수의 지지도가 크게 출렁이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지지도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정치 경험이 많은 박 전 대표가 안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북한 변수는 언제든지 안보 이슈에서 평화 이슈로 전환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전쟁 위험성이 높아지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야권이 유리할 수도 있다.

셋째, 연대의 가설이다. 연대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드는 세력이 승리한다. 실제로 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간의 일대일 가상 대결 구도에서 야권이 큰 차이로 이긴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넷째, 여성 변수다. 최근 여성들은 보육, 여성 일자리 등 여성 관련 어젠다에 관심을 갖고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단언컨대 실질적인 양성 평등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적극적인 후보나 정당들이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여하튼 이런 가설들을 종합해보면, 한나라당이 올해 총선에서 크게 고전할 전망이다. 원내 제1당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올해는 경제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상종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야권은 통합에 성공하는 등 한나라당에 2004년 탄핵 때보다 더욱 어려운 선거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고 담대한 여성정책이 아직 눈이 띄지 않는다. 올해 선거에 임하는 후보와 정당들은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정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성 정치에 의존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분명 올해 임진년은 ‘여성이 희망이다’라는 것을 체험하고 터득하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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