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때문에 주민들 간에 얼굴을 붉히는 아파트가 있다. 전기요금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아파트도 있다. 상반된 풍경의 두 아파트는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어 유명해졌다. 전자는 빈축을 사고 있고, 후자는 감동을 주고 있다.

울산의 한 아파트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우유 대리점, 신문 지국,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업체 등에 승강기 사용료를 부담시키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신문, 우유배달원 등이 승강기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공동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므로 배달업체에 부담을 지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우리 집은 신문도 안 보고 우유도 안 먹는데 남의 집 신문 배달, 우유 배달에 사용되는 전기요금까지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배달업체들이 승강기 이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1층까지만 배달하는 바람에 집집마다 우유와 신문을 가지러 매일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불편하고, 결국 승강기 이용 횟수가 늘어나니 전기요금도 더 나오게 될 것”이라는 주민들도 있다.

몇 년 전에도 서울 강남과 대전의 몇몇 아파트에서 아파트 출입용 카드 열쇠를 배달원들에게 돈 주고 팔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있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반대로 아파트 주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에너지를 절약해 전기요금을 수천만 원씩 아끼고 있는 흐뭇한 사례도 있다. 필자가 일하는 에너지시민연대, 성남소비자시민모임과 함께 ‘에너지절약100만가구운동’에 동참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변화다. 경기 성남시의 금호어울림아파트 주민들은 매달 한 번씩 불을 끄고 별을 보는 행사를 갖고 있다. 2010년 8월 에너지시민연대의 ‘에너지의 날’ 전국 동시 소등행사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집집마다 동시에 불이 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느꼈던 재미와 감동, 보람을 이어가자고 의기투합해 매달 아파트 에너지의 날을 정해 소등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불이 제일 잘 꺼진 동을 선발해 선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서로 방문하는 기회도 늘고, 새로 이사 온 이들과도 불끄기에 동참하자며 자연스레 말문을 튼다. 집안의 불을 끄고 밖에 모여 같이 부침개도 부쳐 먹고, 추울 때는 한 집에 모여 치킨과 맥주 파티도 연다. 수다를 떨면서 전기요금 아끼는 비결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전기 절약 노하우를 잘 정리해 승강기에 공고문을 붙여놓고, 아파트 전체의 절약 성과도 공지한다. 새해에도 이 아파트 주민들은 다 함께 불을 끄고 별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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