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르고 때론 느려도 우리는 친구”
장애·비장애 고교생 어우러진 큰 울림
“우리는 함께 보람찬 추억을 만들어간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어우러진 사회통합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베스트버디스 코리아’(Best Buddies Korea)가 2010년 창립 기념 음악회에 이어 지난해 12월 22일에도 음악회를 열었다. 2011년 한 해 베스트버디스로 참여한 발달장애 고교 과정 한국육영학교, 성장학교 별의 학생들과 비장애 고교 대원외고, 단국대 사범대 부속고 학생들이 어우러진 이번 공연엔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양철호 특전사 여단장 부부와 특전사 대원 30여 명, 국제소롭티미스트 한양클럽 회원 10여 명 등 200여 명이 아이코리아 평생교육원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아이들의 공연 못지않게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연주 사이사이에 나온 아이들의 진솔한 고백.
육영학교 졸업생인 한형준군은 지난 2년간 베스트버디스에 참여하면서 “처음엔 말을 잘 하지 못해 친구들이 답답해 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늘 내 곁에 있어줬다”며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 기다려지고, 친구들을 만나면 웃음이 난다. 고맙고 사랑한다”고 또박또박 발표했다. 단대부고 대표로 참가한 고2 최희찬 학생은 “처음엔 별다른 느낌 없이 대학 지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참가했지만, 활동을 할수록 내가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배워나간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자신의 짝이 처음엔 말도 안 하고 길을 같이 걷다가도 갑자기 주저앉곤 해 당황도 했지만 어느새 평범한 세상 얘기도 함께 나누고 문자 메시지도 주고받게 됐다며 “이제 우리 모두가 만남을 기다리게 되고 같이 어울리는 게 즐거워졌다. 우리는 보람 있는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50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 베스트버디스’는 장애우 지원 비영리 단체로 1989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인 앤서니 케네디 슈라이버에 의해 설립됐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지적장애우위원회를 설립하고 백악관에 장애우들을 처음으로 공식 초청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만큼 케네디가는 오랫동안 장애우 지원 활동과 밀접하다. 베스트버디스 코리아가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는 아이코리아(회장 김태련) 산하 기구로 설립됨으로써 한국은 47번째 회원국이 됐다. 2009년 말부터 베스트버디스 코리아에 관한 검토가 시작돼 2월에 정식 발족, 장애우와 비장애우 간 일대일 평생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놀기, 요리 만들기, 영화 보기 등 월 2회 개별 만남과 주 2회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교환, 학기당 전체 그룹 활동 등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며, 육영학교와 대원외고, 성장학교 별과 단대부고 두 개의 연합동아리가 구성돼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2011 청소년 자원봉사 우수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특히 지난 7월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열린 국제 베스트버디스 회의에서 탁월한 활동을 인정받아 상(Outstanding Chapter Award)을 수상했다. 베스트버디스 코리아는 현재 고교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중학교부터 대학교, 대안학교 직장 인터넷 등의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 것을 적극적으로 구상 중이다.
이날 음악회는 노스페이스 골드윈코리아 성기학 회장이 기증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가 아이들에게 나눠준 후 아이들과 관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흔들며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금은 다르고 때론 느려도 우리는 친구가 됐어요. 우리의 작은 손을 잡아주세요.”
마음을 다한 합창이 끝난 후 관객들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공연장을 나섰다. “애들이 정말 귀엽지 않나요?”란 그들의 말엔 어떤 그늘도 없었다. 문의 02-214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