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단원 선발 문제 등 연극계 현실도 꼬집어
흥행 위주의 공연들 속에서도 명작 연극의 진수를 선보여온 김금지씨는 국립극단 연기연수생 1기 출신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여배우다. 이제까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어미’ ‘타이피스트’ 등 굵직한 작품의 타이틀 롤을 두루 맡았고, 동아연극상 연기상, 백상연기대상 연극부문 여우주연상 등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다.
9일 공연 전 분장실에서 만난 그는 긴 세월을 배우로 살아온 감회와 함께 한국 연극계에 대한 애정 어린 일침도 잊지 않았다.
-‘노부인의 방문’은 극단 김금지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였던 작품입니다. 50주년 기념작으로 이 작품을 다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6년 전이어도 노부인 역 아니었으면 주연 맡을 생각은 못 했을 거예요.(웃음) 공연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왕이면 매번 새로운 작품 만나기를 원하긴 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에서 올렸을 당시 대학로에서 함께 연극하는 동료들이 많이 보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원영오 연출이 원작을 절반 분량으로 잘 압축해 작품이 좋아서 한 번에 끝내기 아쉽기도 했어요.”
-2000년부터 여성 연극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딴 극단을 창단해 이끌어오고 있는데요.
“남성 연극인 이름을 딴 극단도 없을 거예요. 그러나 제 이름을 땄다고 해서 제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서일전문대 겸임교수를 8년 했는데, 제자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어떻게든지 만들어주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대신에 이왕 시작한 일이니 엉터리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극단 활동으로 돈이 생기나 뭐가 생기나.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열심히 안 하려면 무엇 하러 하겠어요.”
-극단 운영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번 연극만 해도 ‘김금지 연기 50주년 기념 공연 선보이겠다’고 말씀하신 지 3년 만에 선보이게 되셨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나요.
“극장 대관이 하늘의 별 따기더군요. 돈 벌자는 것도 아니고, 지원에 상관없이 내 힘으로 연극 잘 만들겠다는데, 그것도 50주년을 걸고 하겠다는데 극장 날짜를 안 주다니요. 요즘에는 극장들이 대부분 대관이 아니라 자체적인 기획 공연을 위주로 해요. 그러니 극단이 돈을 지불하더라도 극장의 기획 공연에 끼거나 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극장을 잡기가 힘든 거예요.”
-오랫동안 구둣가게를 운영해 가정살림을 경영하고 정치인 남편(조순형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뒷바라지해온 것도 유명하죠. 정치인 아내로서의 삶은 어땠나요.“나는 살면서 선택을 참 잘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에요. 아주 착하고 존경스러운 남편을 선택한 것도, 연극으로 돈 벌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도 마찬가지지요. 모양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구두 장사가 안성맞춤이었고, 그것으로 아이 둘을 박사 공부까지 다 시켰지요.”
-2001년에는 여성 최초로 ㈔연극배우협회 회장직을 맡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만큼 연극계와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실 텐데, 최근의 연극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국립극단 단원 모집에 합격하고 연수 받던 중 단원 모집이 취소돼 실의에 빠진 후배들이 몇 있어요. 행정하고 기획 같은 스태프만 고정 월급을 받고 배우는 오디션해서 매회 공연마다 뽑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저도 국립극단 1기생으로서 그곳에서 내로라하는 배우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어요.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