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논술전형 문제 많다

현재 대학마다 수시논술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교사들은 출제된 문제들이 대부분 고등학교까지 정규 교과과정을 이수한 수험생들이 배우거나 접하기 어려운 제시문을 바탕으로 풀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어나 수학, 과학 등 몇 개 문항의 사례를 들며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시험이 고교 교과과정을 벗어나 상위 과정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의 문과 논술 문제는 ‘개별형 사이트에서 참여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곡을 다운로드한 횟수가 미공개 신곡들의 질을 반영한다는 가정 아래 제시문 (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주장을 평가하시오’라는 논제와 함께 두 개의 도표가 제시됐다. 또 다른 대학 이과에서는 ‘각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방식의 차이를 추론하고, 자가면역질환인 근위축증에서 아세티콜린의 역할, 통점과 촉점의 신경전도 속도 차이의 발생 원인을 논하라’가 출제됐다.

2년간 여러 대학의 논술을 치러본 재수생 윤재원(가명·20)씨는 “대학 측이 발표한 논술 대비법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 평소 독서를 많이 하며 창의적·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할 것’이었는데 막상 출제된 문제는 공교육에만 의지하며 독서와 창의적·논리적 사고를 연습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수 기간인 1년간 논술에 대해 전문 강사진으로부터 배우며 심화학습을 하고서도 확신을 가지고 풀기 어려운 논리학적 구성의 논제들이었다는 것이다. 

고교 재학 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교육만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윤씨는 “학교 수업 어느 시간에도 논리학을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중·고교 선생님들도 논술에 관해선 책을 많이 읽으라거나 심지어는 그냥 학원을 다니라는 조언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방학 특강도 학생들끼리 그룹학습 정도에 그쳐 고3 때는 대학입시에서 요구하는 논술의 구조와 해법을 알지 못한 채 작문 수준의 이해만 가지고 시험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시에서 여러 대학의 논술을 치른  최지윤(가명·고3)양은 “사교육을 받고서도 풀기 어려운 논술”이라며 “선생님인들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양 역시 “학교에서는 별도의 논술 과목이나 지도가 없기 때문에 주당 5시간씩 사교육을 받았다”며 “유명 강사로부터 일대일 첨삭지도까지 받았지만 너무 어려운 제시문을 받는 순간 분석부터 자신을 잃어 그간 해왔던 논술 대비 학습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일부 학생들은 논술에서 영어와 수학의 비중이 높아지고 어렵게 출제되는 경향에 대해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 대학 측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채점 기준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점도 수험생을 답답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수생 김승연(가명·20)씨는 “듣기로는 논술도 다 점수화된 채점표가 있어 이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한다고는 한다. 도대체 그 채점 기준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정확히 모르니 강사는 개인별 스타일대로 강의를 하고, 수험생은 무엇이 정석인지 모른 채 이 학원, 저 강사 찾아 흘러다닌다”며 답답해했다.

“논술고사가 끝나고 대학 측이 발표하는 ‘출제 의도 및 제시문과 논제 해설’은 수험생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수리논술의 경우 풀이 방법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당연한데, 대학 측은 ‘이 문제는 수험생이 이러이러한 도표 자료를 해석해 수리적으로 사고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문제’라고만 설명하고는 끝낸다. 정작 중요한 설명이 빠진 아쉬운 해설이다.”

논술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아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유명한 강사의 논술 과외는 부르는 게 값인데다 적지 않은 ‘첨삭비’까지 추가된다. 이런 실정에 지방에는 논술 전문학원이 거의 없어 지방 학생들이 대학 진학과정에서 상대적 불평등을 겪고, 또 서울까지 원정 논술지도를 받으러 오느라 시간과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논술시험 운영의 문제점도 많다. 각 대학이 논술시험 응시에 자격 제한을 두지 않아 수험생이 몰려 서울에 지원하는 학생이 해당 대학의 지방 캠퍼스에 가서 시험을 치르고 고사장 책상이 부족해 의자 위에 판자를 얹고 시험을 치른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날 여러 학교의 논술시험을 보려고 퀵서비스까지 대기시켜 타고 이동하는 일도 문제로 지적됐다. 수험생이 몰려 시험에 무리가 따르고 대학은 전형료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생 이하영(가명·20)씨는 “논술고사를 여러 대학에서 치를 때마다 대학에 농락당하는 기분이 든다”며 “착잡하다”고 했다. “논술고사 준비를 위해 듣는 수업에 수강료는 수강료대로 내고, 접수한 대학에 응시료는 응시료대로 내면서도 막상 내가 논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시험을 보고 나선 내가 제대로 쓰고 나온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고 막막하다. 평소 독서를 하느니 학원을 다니지 않느니 하는 그럴듯한 좋은 말로 대충 얼버무리면서 논술문제는 읽고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내놓고 요약을 하고 비판을 하고 자기 견해를 써보라고 요구하는 대학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오를 뿐이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평가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엿보는 전형과정의 한 방식인 논술시험. 하지만 정규 교과과정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데다 모범 답안의 기준이 모호하고, 사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 지원 자격 제한 없이 무제한 응시가 가능하게 한 점 등 폐해가 잇따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