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의 한 복판 '원표광장'에서 한국 최초로 슬럿워크(Slut Walk) 행사가 열렸다. 그 모임을 진행한 '잡년행동'은 9월에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원직복직을 지지하기 위한 ‘잡년난장’을 개최했다. 왜, 그들은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도전할까. 궁금증이 커졌다. 마침,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깊이’를 더하기위해 첫 번째 스터디 모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11월 10일 마포구 대흥동 까페 나무그늘에서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그들을 만나 보았다.
카페의 한 편에 마련된 스터디룸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성균관대 단호진씨와 김기찬씨는 '현대 사회문제'라는 과제물을 준비하던 중 여성주의와 잡년행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단호진씨는 “남성중심사회의 역사는 길다. 좀 더 발전적으로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 여성인권을 논하는 자리에 남성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김도현(24)씨는 “주변의 많은 여자 동기나 후배들이 일상적인 삶, 예를 들어 '고양이'나 '카페'에 대한 글은 많이 쓴다. 그런데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주제로 글쓰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부모임의 주제는 ‘운동권 내 성폭력’이다. 사회와 발제를 맡은 칠월(별칭)씨는 전희경씨 책 ‘오빠는 필요 없다’로 발표를 했다. 이 책은 2001년 전씨가 쓴 석사논문 ‘사회운동의 가부장성과 여성주의 정체성의 형성’을 재구성한 것이다. 칠월씨는 “10년 전의 문제가 지금도 일어난다. 근래에도 명동3구역활동가들, 진보신당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제기되었다.”라며 이 책의 선정이유를 말했다.
칠월씨는 “운동권에서 남성은 항상 중심적 위치에 있다. 반면 여성에 대해서는 ‘신여성, 된장녀, 명품녀’로 타자화한다.”라고 현실을 진단한다. 그녀는 “성폭력 피해여성들을 ‘분열주의자’로 몰거나 ‘너무 예민하다’,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다’라며 입막음도 한다"며 운동권의 성폭력 현실을 비판했다. 또 “여러 운동권이 대의(大義)라는 명목으로 성폭력은 은폐, 묵인한다. 결국 피해자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활동가로서의 자아를 부정한다. 운동 자체에 대한 의지를 잃고 운동권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해자는 조직을 옮겨 커리어를 유지하고 승진한다. 가해는 무능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가 무능을 뜻하게 된 역설이 존재한다.”며 발제를 끝냈다.
이명신(가명)씨는 “성폭력은 운동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에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내가 다니는 학교 학생들은 동성애를 받아들인다. 반면 여성의 흡연을 아직도 ‘어머니가 될 몸’이, 혹은 ‘보기 흉하다.’라는 이유로 억압한다. 2년간 숨어서 담배를 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엘리샤(별칭)씨는 “자신의 의지보다 사회에서 주입한 사고방식으로 행동해왔고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잡년행동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꼈다. 여기서 얻은 문제의식을 공부 모임을 통해 구체화하고 싶다. 분노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2시간에 걸쳐 이어진 공부모임은 의견의 차이로 격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칠월씨는 "이런 일은 자유로운 참여와 대화를 전제로한 ‘잡년행동’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세미나와 뒷풀이를 포함해 세시간정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잡년행동’은 우리 의식 깊은 곳에 숨어있는 차별의 DNA를 거리낌없이 들춰내 세상에 내놓았다.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정면싸움을 선언한 그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