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여성 리더십 세계가 주목
‘박원순호’ 왜 여성은 보이지 않나

지난 1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각국의 성 평등 순위에서 또다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WEF의 ‘글로벌 젠더’ 보고서는 정치와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의 남녀 간 성 평등 상태를 지수로 산출해 순위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 한국은 분석 대상인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7위를 기록했다. 참담한 것은 순위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했다. 부문별로는 경제분야의 성 평등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부문에서 78위, 정치권한부문에서 90위, 교육적 성과부문에서 97위인 반면 경제활동 및 기회부문에서는 117위를 기록했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세계 각국에서 성별 간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진행됐지만 정치·경제적 참여 부문의 남녀 격차는 여전히 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고위급에 여성이 진출하지 못한 시스템은 불평등한 시스템이자 불충분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100년 전통의 IBM이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휼렛패커드(HP)가 이어 IT 분야 선두 기업인 IBM에서 여성이 CEO 자리에 오르면서 디지털 시대의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여성 CEO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성이 “의사소통 기술과 사회적 지능이 뛰어나고, 뛰어난 경청 능력을 토대로 회사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협력적인 자세 덕에 조직 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라는 분석 보고서가 있다.

여하튼 글로벌 기업인 HP나 IBM, 제록스 등의 CEO들은 모두 여성이며 전 세계 IT기업 CEO들도 대다수 여성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대기업에서 여성 CEO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여성이 남성보다 일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여성들은 사회생활에서 일에 대한 집념이나 열정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팽배해 있다”며 “이런 근거 없는 편견이 ‘유리천장’이라는 현실로 이어져 또다시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들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유능한 여성들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건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업무를 시작했다. 물론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미흡한 면이 많다. 무엇보다 정무분야를 포함한 중요 직책에 눈을 씻고 봐도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 행정 부시장과 정무 부시장을 포함해 대변인, 신설되는 정무 수석비서관 어디에도 여성은 없다.

또한 서울시 예산 자문위원 19명 중 여성은 오직 3명(15.8%)에 불과했다. 그것도 주택, 보건, 여성 분야에 한정돼 있고, 3명이 담당하는 총괄 분야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 생활경제, 교육, 노동 등 여성의 삶과 직결된 분야에 여성이 배제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정례간부회의에서 ‘공정, 소통, 책임, 감동, 공감, 성장’ 등 6대 인사 원칙을 제시했다. 아쉬운 점은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 인재 할당의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자신이 목청껏 내세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은 바로 여성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있을 서울시 16개 산하 투자·출연기관들의 대표 인사에서는 최소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을 몸소 실천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시작부터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서울시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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