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후보 vs 박원순 후보
나경원 후보 “워너비 롤 모델, 워너비 시장을 꿈꾸다”
법대 졸업 후 사시에 합격(1992년 제34회)하고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 39세의 나이로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정책특보로 발탁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직 여성 판사로선 1995년 광주고법 판사직을 사직,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던 추미애 의원(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시작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2008년 18대 총선에선 서울 중구 재선 의원으로, 또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두 차례나 최고위원직에 오르는 등 10여 년 만에 스타 정치인의 대열에 합류했다.
“대변인 하면서 비로소 ‘정치’를 알았다”
나무랄 데 없는 스펙을 토대로 정치권의 알파걸로 쉽게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움직인 원동력은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정치가’의 꿈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3월 출간한 그의 책 ‘세심’에 “언젠가 어머니가 피아노를 배우라고 했을 때 ‘정치가가 될 건데 피아노는 왜 배워요’라고 말했다”고 회고했을 정도. 그러나 학창 시절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부유한 집(부친 나채성씨는 화곡중·화곡고·화곡여상을 운영하는 홍신학원의 설립자) 모범생 딸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서울대 법대생끼리 재미삼아 나중에 절대로 정치 할 것 같지 않은 학생을 뽑으면 항상 1위”이기도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2006년 대변인이란 중책을 맡게 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 스스로도 “3년여 대변인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정치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논평은 차분해서 답답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판사 출신답게 복잡한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분석력과 함께 절제된 화법이 뛰어났다는 중평이다.
그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2년 연속 3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그 자신은 “여성으로서 독립군의 심정”으로 선거를 치렀다 했지만, 조직이 없는 한계를 딛고 자력으로 성취한 선전이었기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변인을 시작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에 갈급하게 됐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계파’ 정치에서 좀 더 자유롭고자 하는 열망이 빚어낸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때문에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여성계의 오랜 숙원인 지역구 전략공천 30% 여성할당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그는 여성계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길을 만들어 주세요, 더 열심히 할테니까”란 말로써 적극적인 의지를 표하고 있다.
‘장애아 딸 가진 엄마’로 대중에게 깊은 공감
그가 대중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깊은 슬픔이 있다는 사실이다. 1988년 캠퍼스 커플이었던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와 결혼한 그에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18세의 딸이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출산 직후 아이의 이상 상태를 알고는 평생에 흘릴 눈물의 절반을 흘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립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려다가 교장에게 “어떻게 감히 장애아를 가진 엄마가 사립학교에 왔나”란 반말 일색의 힐책을 듣곤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이런 고통 끝에 나온 그의 고백은 “아이만 쳐다보면, 아이가 보낸 문자만 보면 막 웃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것.
“내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본다면 졸음이 오는 잔잔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토로한 나경원 후보. 한나라당의 모범생을 넘어 서울시민을 위해 헌신하는 후보로 유권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우직하고 답답해도 가장 성공적인 선거 전략일 것이다.
박원순 후보 “시민운동 성공을 발판으로 ‘새로운 서울’ 꿈꾸다”
여성인권 사건에 인권변호사로 활약
법조인을 꿈꾸었던 박 후보는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지만 3개월 만인 1975년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투옥, 학교에서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에서 학업을 마치고 1980년 사법고시(제22회)에 합격, 대구지검 검사로 재직했지만 1년 만에 검사복을 벗었다. “사람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사형 구형을 통해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서였다. 1984년 그는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법률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과 다양한 사회적 세력과 연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몸소 가르쳐준 고 조영래 변호사다. 그는 조 변호사와 함께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활약하게 된다. 특히 이 사건으로 “여성에게 가해진 국가 폭력에 대한 대응”에 눈뜨면서 “시민운동 영역에서 여성단체들과 연대하며 일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갔다. 1994년 그의 주도로 출범, 소액주주 운동, 국회의원 낙선운동, 1인 시위 등으로 시민운동의 새 역사를 쓴 참여연대가 이후 한명숙 전 총리,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등 여성 리더들을 공동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의 선거대책위원회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이효재 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 신필균 녹색교통운동 이사장, 이김현숙 장공기념사업회 이사, 남윤인순 혁신과통합 공동대표, 조현옥 살림정치 공동대표 등 여성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는 1998년 황혼이혼의 당사자 이시형 할머니 사건으로 또 한번 여성인권 지킴이로 등장한다. 그는 하승수 변호사와 함께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2000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지원했다. 또한 그는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국제법정(2000)의 공동검사로 활약했다. 1998년 한국여성대회에선 여성연합으로부터 열 번째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종걸 의원과 최은순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우 조교 사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 6년여를 매달린 끝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아낸 공로가 이유였다.
“내 인생의 멘토는 조영래 변호사와 이효재 선생님”
그는 특히 부인 강난희씨에 대한 부채감이 크다.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독일에서 철학 공부를 했을 것이라는 강씨는 인테리어 사업으로 그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왔다. 아내에게 미리 쓴 유언장도 그는 굳이 ‘참회문’이라 부를 정도다.
비정치인 출신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