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행자부 여성정책담당관실에서 내놓은 계획안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16개 광역을 기준으로 하여 여성 부단체장을 최소 1명씩 임용하도록 권장하자는 것이었으나 행자부 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 안에 대해서는 중앙의 과도한 간섭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적임의 여성 인재도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항의와 반발이 빗발칠 것이라고들 반대했다. ‘권장’하자는 것인데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여성 부단체장 최소 1인 임용안 대신 여성 부단체장 ‘적극 임용’ 권고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수위를 낮추어 각 지방자치단체에 환기하고 협조를 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은 선거에서 뽑는 단체장과 달리 임명직 자리다. 단체장이 의지만 있으면 여성을 부단체장으로 기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인사교류도 시행되고 있었으니 행자부의 의지도 영향력이 컸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에 선출된 여성은 광역과 기초를 통틀어 단 1명(울산시 동구청장 이영순)뿐이었다. 여성 부단체장으로는 기초와 광역에 각 1명씩 2명(서울시 서대문구 부구청장 김애량, 광주광역시 정무부시장 이윤자)의 여성이 임용돼 있었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을 보면 광역시장·도지사 16명 중에 여성은 한 명도 없고 기초 시장·군수·구청장 232명 중 여성이 한 명 나온 것에 불과했다. 선출직에 여성의 과소 대표성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임명직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조심스레 시행된 행자부의 여성 부단체장 적극 임용 권고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별로 호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세 차례(2002, 2006, 2010년)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도 특히 선출직 단체장에 여성의 진출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나마 서울과 부산, 대구와 인천에서 총 6명의 여성 기초단체장(구청장)이 진출한 것이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주민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지방자치에 여성이 단체장으로 선출되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이를 부단체장 여성 임용으로 보완하는 균형 인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주민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대표성이 이렇게나마 반영돼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게 아닌가. 광역이든 기초든 부단체장에 여성은 전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