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식당 가지 않기 등 시민의식변화가 제일 시급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일을 냈다. 9월 22일 민주노총에서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여성이며 기술이나 경력이 없는 그녀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선택’은 배제되고 ‘생존’만이 남은 노동은 한국 사회 최저수준 인권을 보여준다. 조사는 면 대 면으로 이루어졌다. 결과는 설문지 총297부를 통계분석한 결과이며, 대부분 중장년층 여성들이 일하는 한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응답자의 50.5%가 1~4인 식당에서 일했으며 55.6%가 전일제로 일하고 있었다. 주말, 평일 관계없이 하루 근무시간이 평균 10시간 이상이었다. 서울 노원구 한식당의 한 식당노동자는 “반찬을 나르는데 너무 힘이 들었고 허리를 숙이고 고기를 굽다보면 오후에 허리가 펴지지 않는다. 오전11시에서 오후10시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갔기 때문에 잠깐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휴식은 생각조차 못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1~2회라는 답변이 전체의 23.2%였다. 또 초과근무수당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54.6%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인상 깊은 것은 추가노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님이 갑자기 와서’가 꼽혔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실천으로 식당여성노동자의 근무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1~4인 규모의 식당의 노동자들은 80%가 ‘휴식시간 없다’라고 답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손님이 없을 때, 간단히 밥을 때워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만성 위장장애를 겪는다.’던가 ‘밥 먹을 시간이 없는 성수기에는 업주가 김밥을 입에 넣어준다.’, ‘식당 안에서 통화하기가 눈치가 보여서 늘 숨어서 통화한다.’라는 경험을 말했다. 급여의 경우, 5인 이상의 식당에서는 시급 3,380~3,730원을 주었다. 5인 미만의 식당은 3,827~4,139원을 지급했다. 보통 식당노동자의 월급여는 150만원 안팎으로 저임금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이는 조사를 통해, 장시간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급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달에 휴일이 며칠인가라는 질문에 ‘휴일이 없다’는 대답도 14%였다. 성산동의 한 노동자는 “집, 식당 오가면서 집안일할 시간이 없어 장롱 속에 빨래를 다 넣어놓는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니까 집에서 밥을 차리고만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4대 보험도 문제이다. 가입되지 않은 업소가 65%에 달하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연대도 옅어진다. 가족과 일주일에 한번도 식사를 못 한다는 대답은 22.4%에 달했다. 거기다 산재를 당했을 때 치료는 67.2%가 자기 돈으로 치료한다고 했다. 손님들의 무례한 행동도 문제이다. 노동자들은 술주정으로 ‘내말이 말 같지 않냐.’라는 욕을 곧잘 듣는다고 한다. ‘언제 갖다 줘!’, ‘저 아줌마 그렇게 벨 눌러도 쳐다도 안보네’라고 말을 들을 때는 손님이라도 한 마디하고 싶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여성학 협동과정의 김원정씨는 이날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정책 및 실천안을 발표했다. 우선, 현재 음식점업의 비정상적인 과잉 공급으로 인한 과다 경쟁을 지적했다. 해결방안은 ‘일반음식업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기’와 ‘식품위생교육에 사용자 책임을 추가’, ‘사회보험 가입’,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나왔다. 같은 날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이런 실태를 알리는 거리캠페인이 정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개최되었다. 이름 하여 ‘심심타파’(심하게 긴 노동시간, 심하게 낮은 임금 타파). 처음 눈길은 끈 것은 ‘가벼운 밥그릇 VS 무거운 밥그릇’이었다. 민우회 활동가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허리와 몸을 굽히는 노동자들을 연기하여 그들의 고단함을 알렸다. 또 시민들에게 휴일에 하고 싶은 것을 묻고, 여성노동자도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식당아줌마’, '식당언니‘라는 말 대신 식당노동자를 위한 새 이름 공모가 진행되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노동팀 활동가 낭미(가명)씨는 여성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직업인 식당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호칭은 ‘아줌마’ 아니면 ‘언니’가 다이며, 정부와 협의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장 요구된다고 했다. “일반인들에게 식당은 언제나 가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그녀들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랑과 정성이라는 역할 이면에 있는 착취도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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