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표 때는 ‘자연산’ 발언으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취재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폭력적 발언으로 정당 내 마초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그것도 당을 대표하는 지도자라면 선출 과정에서부터 양성평등 의식을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발언의 ‘마초성’이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번 사건을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가 드러난 사건이다. 이런 여성 비하 행동은 정당 내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성 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바꾸려면 당내에 있는 여성 의원과 당직자들이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이런 의원들을 심판할 수 있는 선거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측은 “홍 대표의 말 속엔 여성에 대한 끔찍한 비하와 무시도 담겨 있다”며 “과연 질문을 한 기자가 남성이었다면 홍 대표가 막말을 하더라도 ‘맞는 수가 있다’는 표현까지 튀어나왔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토록 쉽게 반말이 터져 나온 걸 보면 그가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리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며 “홍 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의 여성 비하 발언 사건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에서 벌어졌다. 경향신문의 한 여기자가 홍 대표에게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불법자금 24억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흘러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영수 (회장)에게 돈 받은 사실이 있나요”라고 묻자,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반말에 폭언까지 한 것. 이어 홍 대표는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사건 다음 날인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터무니없는 주장에 감정이 격해져서 한 말”이라며,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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