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성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계의 노력으로 국민의 기대 속에 2001년 1월 여성부가 출범했다. 한명숙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여성부는 새로운 조직으로서 비전과 목표를 설계하고 업무 추진체계를 구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디지털 여성부를 표방한 여성부는 서둘러 웹사이트를 열었다. 게시판에는 여성부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좋은 글보다는 나쁜 글들이 더 많았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많았다. 점잖게 요약하면, 여성부가 있으면 남성부도 있어야지, 웬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냐, 여성의 지위는 너무 많이 향상된 게 아니냐, 무슨 남녀차별이 있다고 그러느냐,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 의견이 쇄도해 웹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

일도 시작하기 전에 웹사이트가 이렇게 악성 댓글로 도배되자 여성부는 내심 놀라고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고 신설 여성부가 오히려 정부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운동가로, 여성학자로 여성문제 전문가인 한명숙 장관으로선 더욱 고뇌가 컸을 것이다. 

마침 정부조직을 관장하는 행정자치부에서 신설 여성부의 영문 명칭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정부조직 영문 명칭은 직역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여성부는 ‘Ministry of Women’이 될 터였다. 그러나 한 장관은 여성부에 대한 여론, 특히 남성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부담을 느끼고 여성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 남녀 모두를 위한, 헌법상 남녀평등 이념을 실천하는 부처라는 점을 영문 명칭에 담고자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Ministry of Gender Equality’다. 이렇게 해서 여성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Women’이 아니라 ‘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 확정됐다.

바로 그해 여름 여성부는 ‘21세기 남녀평등헌장’을 제정해 가정과 직장, 사회와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여성과 남성이 조화로운 동반자 관계를 이루는 일이 우리의 시대적 사명임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여성부가 출범 기념으로 주최한 동북아시아 여성지도자회의(2001년 5월)에 참석한 중국과 일본의 대표들은 여성부 명칭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서는 유교권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유난히 여성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강해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정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 각국 정부 대표들이 모여 앞으로는 여성을 지칭하는 ‘women’이 아닌 남녀를 아우르는 ‘gender’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결의한 배경을 보면 여성에 대한 정서적 저항은 세계 보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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