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부장 문화 강요하지 마세요”
“한국 사회의 가부장 문화 강요하지 마세요”
  • 박길자·이하나·김남희·김희선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1.07.15 11:51
  • 수정 2011-07-15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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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가슴으로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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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이자스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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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 여성들을 무조건 돕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아직도 ‘공짜’ 방과 후 학습이 많은데 무턱된 지원은 되레 자생할 힘을 꺾는 일입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선발돼 지난 1일부터 근무 중인 이자스민(34·서울시 외국인생활지원과 센터네트워크홍보팀장)씨는 ‘코리안드림’을 일군 이주 여성으로 꼽힌다. 그는 항해사였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승근(중3), 승연(초5) 남매를 키우며 서울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지난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으로 이주 여성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주 여성 정책이 많지만 대상자들이 혜택을 받았는지 평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돈에 팔려왔다’는 등 부정적 시선도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똑같은 말을 해도 ‘미녀들의 수다’에선 ‘맞아, 맞아, 한국인은 원래 그래’ 하던 분들이 ‘러브 인 아시아’에서는 욕을 바가지로 하죠.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선 손님 대접이 대단해요. ‘미수다’에선 외국인 여성들이 손님이고, ‘러브 인 아시아’에선 며느리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머리보다 가슴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그는 ‘목욕탕 아줌마론’을 이야기했다. “목욕탕에서 한 아주머니가 ‘등 밀어줄게’ 하고 내 등을 밀어주더니 나보다 두 배가 되는 등을 내미는 거예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팔뚝 살 뺄 생각으로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등을 밀곤 나중에 함께 매실차를 마셨어요. 목욕탕은 한국이고, 아줌마는 한국 사회 같아요. 이주 여성이 두세 배 이상 노력해야 바깥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죠.”

박길자 기자 muse@womennews.co.kr



“우리를 환자 취급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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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모우에 히로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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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에 히로코(45)씨는 2007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개최한 횡성 2차 이주 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에서 교육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영상을 제작해온 이주 여성 영화감독이다. 지난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이주 여성을 다룬 동명의 뮤지컬의 공연 과정을 담은 단편영화 ‘짜오안’이 상영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14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서 강원도 횡성으로 시집 와 현재 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인 두 딸을 두고 있는 히로코씨는 “처음에는 일본에 계신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카메라를 들었지만, 점차 말로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 “한국의 미디어를 보면 한국 사람이 만든 이주 여성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미안한 이야기지만 참 재미가 없다”며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솔직하고 진솔한 이주 여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한국 여성들이 이주 여성은 이주 여성끼리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문화 가정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우리를 환자 취급하거나 숫자로만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다문화 가정과 결혼이주와 관련된 것을 집행하는 정책 관련 활동가들 중에도 결혼이주 여성 출신 여성들이 늘어났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김남희 기자 knh08@womennews.co.kr



“‘다문화가정 아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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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따라 한국에 정착한 지 9년째인 수시 라하유 위르야니(35)씨는 인도네시아 화교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한국 문화를 모두 경험한 다문화인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동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인도네시아어 통번역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덕에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식도 9년 전에 비해 빨리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르야니씨는 여전히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끔 상처를 받곤 한다.

그는 “지하철을 타면 뒤에서 수군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어르신 중에는 직접적으로 ‘가난해서 한국에 왔지?’하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며 “얼마 전 구제역이 유행할 땐 인도네시아 친구와 내게 ‘너희들 한국 들어올 때 예방접종 맞고 왔느냐’고 해서 정말 답답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2001년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1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해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그는 자녀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이민자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다문화 가정 자녀’라고 이름 붙여 부르는 것이 오히려 차별을 부추길 수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아이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주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우리 아이들도 여느 한국 아이들과 똑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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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강사 소우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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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건(36)씨는 12년 전 중국에서 같은 회사를 다니던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에 왔다. 중국 한족 출신인 그의 부모가 국제결혼을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선택한 한국행이었다.

중국에서 대학도 졸업하고 좋은 회사도 다녔던 그였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냉혹했다. 여성과 남성이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지 않는 데다가 어른을 아이보다 중시하는 등 한국 특유의 문화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기존에 자신이 누구였던 간에 결혼이주 여성으로 한국에 오는 사람은 한국어를 못하고 한국 문화를 몰라 다 똑같이 힘들어요.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모두 힘겹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며 차별을 받아 지역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고, 억울함을 느꼈던 일을 진솔하게 말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강의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관공서와 대학, 초등학교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이중언어 강사는 아들이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살게끔 학술지도도 하고 일반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수업이라 더 의미가 있고 애착이 간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다문화 가정 아이인 것을 숨기고 싶어 해요. 다문화 가정 아이라고 무조건 백안시하기보다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며 개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엄마가 외국인이고 한국말이 서툴다는 것 외엔 모두 여느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사랑받고 크는 아이들이랍니다.”

김희선 기자 hskim307@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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