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2월 노태우 정부 시작과 함께 대통령은 처음부터 여성을 정무장관(제2)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차관(차관급 보좌관)은 남성을 임명했다.

주된 이유는 차관은 행정 실무를 도맡아 장관을 보좌해야 하는데 여성은 그에 합당한 인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직업 공무원으로 단계를 밟아 1급까지 오른 여성도 없었으니 그럴 만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여성 장관이 행정에 약하니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남성이 더 적합하다는 논리와 함께 여성들끼리 붙여 놓으면 불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편견도 깔려 있었다. 이런 이유로 노태우 정부 내내 여성업무를 담당하는 정무2차관은 물론 다른 부처에도 여성 차관은 한 명도 임명되지 않았다.

여성계는 내각에 여성 차관을 임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답변은 여전히 행정 실무에 밝은 여성 인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차관이 임명된 것은 1993년 2월 발족한 김영삼 정부에 들어와서부터다. 김영삼 대통령은 정무2차관에 여성을 정치적으로 임명하기 시작했다. 김정숙 차관을 비롯해 김영순·김정자·정옥순·신태희 차관이 바로 그들이다.

행정 실무에 밝은 여성이 일반 부처 차관에 임명된 것은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은 김송자 노동부 차관이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부터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임명된 박선숙 환경부 차관은 환경부에서 행정 실무를 단계적으로 밟은 여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성부가 발족되고서도 여성부 장관은 여성, 여성부 차관은 남성이라는 구도를 유지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성문제, 젠더관계는 남녀 모두의 시각에서 균형 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실무에 밝은 여성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제 여성부는 물론 다른 부처의 차관에 오를 수 있는 여성 인재가 공직 안팎에서 상당히 양성되고 훈련돼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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