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요절한 최고은 작가 죽음이 시사하는 것

올해로 여성주간 행사가 16회를 맞이했다. 매년 이 기간에 맞춰 여성가족부 중심 사업을 중심으로 주제를 설정해왔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2009)’ ‘일과 생활이 조화롭고 여성, 청소년, 가족이 건강한 사회(2010)’ ‘국격에 맞는 여성인력 활용(2011)’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희망적이고 화려한 슬로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올해 1월 29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끝내 요절한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슬로건에서 말하고 있는 ‘여성’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이 사건을 계기로 문화예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과 복지활동 지원을 위한 ‘예술인 복지법안(일명 최고은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상정됐다. 다른 노동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웠던 고용노동부의 반대가 있기는 했으나, 지난 6월 22일 문방위는 영화, 공연, 출판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 제정안을 채택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고 하니 그나마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는 하다.

역시 우려되는 것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법적 장치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현실적으로는 사회적 장치가 제구실을 할 때만이 유효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통해 알 수 있듯 대부분 여성 예술인들이 사회적 안전장치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 문화예술인들의 인권과 생활보장권을 생각한다면 여성주의적 문화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복지정책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표방하는 정책에서 여성 예술인들에 대한 이해나 문화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해 보인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여성사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은 여성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전시’라는 문화적 코드를 통해 많은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이 공간이 여성가족부 정책의 홍보관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때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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