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상동 마을회관에서 동경민씨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즐겁게 둘러 앉아있다.
대구시 상동 마을회관에서 동경민씨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즐겁게 둘러 앉아있다.
지난 2일 대구시 동구 둔산동의 ‘상동 마을회관’에서는 마을 주민과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 관계자 등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잔치가 벌어졌다. 외환은행 나눔재단의 행복가정상 본상을 수상한 동경민(26)씨가 그 주인공. 그의 시어머니 권옥남(65)씨는 “잔치를 열고나니 동네에서 며느리를 더 인정해주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동경민씨는 베트남에서 2005년 6월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젊은 사람이라고는 동경민씨 혼자였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초기 정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버텨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중국에서 온 김연매(42)씨는 “항상 웃으며 시어머니와 딸처럼 지내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오늘같이 잔치를 여니 어른들도 좋아하시고 우리 모두 흐뭇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다문화 대상 수상자들이 여전히 ‘효부상’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동경민씨의 수상은 그것에서 조금 더 발전이 있었다. 그가 행복한 다문화 가족이 된 가장 큰 계기는 교통이 불편한 시골 마을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며 정착 4년 만에 외부 활동을 시작한 것. 어리고 아무것도 몰라 보였던 그가 운전면허를 따서 가족과 아이들을 태워주고 동네사람들을 돕기 시작하자 그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동경민씨도 자신감이 붙었다. 오성중학교와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다문화 이해 과정 강사로 활동하고,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통역 및 적극적인 한국생활 안내 활동으로 결혼이민자들의 초기 정착에 도움을 주는 등 작지만 점점 강한 하나의 주체가 돼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공부도 하고, 나중에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베트남 음식점을 열고 싶다”는 그는 이제 미래를 이야기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며 어려웠던 점은 언어나 다른 문화 차이보다도  남녀평등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결혼이주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방에서는 이와 같은 현실이 더 크게 와 닿았다.

충남 아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오안희(41)씨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로 처음 한국에 왔다. 그는 “남녀의 임금에 크게 차이가 없는 베트남이 오히려 더 남녀평등하다고 느낀다”며 “한국에 와서 적응하며 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나쁘게 평가할 수밖에 없고 여성에 관한 한 답답한 나라”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34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교육, 고용, 보건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간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한 ‘성 격차 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0.634로 104위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 결혼이주 여성 중 가장 많은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61위, 7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결혼이주 여성들은 이제 남녀 차별을 받으며 집에만 갇혀 있기보다는 일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자립 가능한 여성의 모습을 꿈꾼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아줌마’의 모습이다. 도움을 받는 객체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에 힘이 될 수 있는 주체가 되려고 노력 중인 것.

오안희씨는 “한국 사회에서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산경찰서에서 운전면허도 가르친다. 그는 “나가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시댁에서 나를 더 존중해주고 대우해 주는 것을 느꼈다”고 뿌듯해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직업을 갖는 것은 정착 과정에도 도움이 됐다. 인천에서 통번역 지원을 하고 있는 싱니(26)씨는 “이전에는 해보지 않은 일이라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에서 강의를 하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 한족 소우건(36)씨는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상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생각해야 한다. 둘째, 한국말을 배우고 잘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 셋째, 직업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점해야 한다. 혼자 한국에서 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일하는 여성으로 자립하기까지는 아직까지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주 여성의 가정형편이 이들에게 ‘투자’를 해주기 어려워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주 여성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은 초기 정착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고 직업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적인 도움을 찾기는 어렵다. 또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로 다시 임금격차의 벽에 부딪힐 각오도 해야 한다. 오안희씨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람들과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가능하지만,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는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낮은 임금으로 대우받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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