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수능체제, 학교교육에 반영 안 돼 혼란

 

일러스트 김유정
일러스트 김유정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생이 응시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체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일선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준비나 실제 교과 지도 과정에서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고1인 윤수진(가명)양은 “학교에서 대학입시 설명회를 열고 원하는 학생은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2012년 입시에 대한 내용뿐”이라며 “학교 수업이나 시험이 아직도 바뀐 체제가 아닌 예전 그대로라서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내용을 몰라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입시 정보는 학원 다니는 애들만 안다”는 것이 윤양의 하소연이다.

“수능체제 바뀐 지 언젠데… 수업·시험 적용 안 해 혼란”

지난해 8월 교과부는 2014학년도 수능체제 개편안의 골자와 방향을 공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능 연 2회 시행, 탐구영역 통폐합 등 당초 개편의 주요 내용으로 검토되던 사항이 대부분 무산되고 일부 내용만 수정해 소폭 개편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명칭을 국어, 수학, 영어로 바꾸고 과목마다 난이도에 따라 수준별로 국어 A/B형, 수학 A/B형, 영어 A/B형으로 구분하며 탐구영역의 선택 과목 수를 사회탐구, 과학탐구 모두 현재의 세 과목에서 두 과목으로 축소하겠다는 것. 또 국어 듣기평가는 없애고 영어 듣기평가는 확대하기로 했다.

국영수 과목의 A/B형 구분이란 기존 수리영역과 같이 국어, 영어에도 두 가지 수준, 즉 A형과 B형의 시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을 유지하고, A형은 현행보다 출제 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 가능하되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영어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대체를 대비해 영어A는 3급 시험, 영어B는 2급 시험과 유사하게 출제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교과부는 현재의 언어·외국어 영역의 출제 범위도 수준별 시험에 맞춰 조정하고 교과 중심의 수능시험 출제를 위해 수능의 출제 내용을 학교 수업 내용에 준한다는 방침이다. 국어와 영어의 전체 시험 문항 수를 현재 50개에서 5~10개 정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런데 교과부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현재 고1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러한 내용을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실제 수업과 시험에 적용하고 있지도 않아 혼란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즉 고1 학생들은 여전히 시험은 언·수·외로 치르고 있고, A/B 유형의 구분도 없을 뿐더러 듣기평가나 시험의 문항 수도 모두 그대로이며, 교과서 내용에서만 출제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1 최민아(가명)양은 “학교에서 큰 틀, 즉 A/B형으로 바뀐다는 정도만 알려주고 자세한 수능 체제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불안함만 커진다. 자꾸 바뀌는 수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자주 바뀌는 수능,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아”

이번 개편에서 교과부는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부담을 계속 줄여나가 점수 위주의 대입 관행을 개선키로 하고, 입학사정관제와 내신 위주의 수시모집 비중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는 또 ‘수시전형=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입학사정관제의 단순화를 유도하고, 그간 논란이 많았던 수시 합격 기준에 대해서는 단순화를 통한 명확한 합격 기준을 제시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대입전형 자료의 공통 양식을 개발하는 등 대입전형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시모집에서 미달된 정원을 정시모집으로 넘기기보다 대기자 제도를 활용해 추가 선발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며, 입학사정관제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평가요소 기준 등을 제시해 입학사정관제 운용의 공통 기준을 제시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능에 대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줄 목적으로 당초 논의됐던 교과부의 2014학년도 수능체제 개편안은 애초의 계획안이 대폭 축소되고 극히 일부만 개편되면서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발표 이후 한 학기가 지나도록 수험생들은 개편 내용조차 정확히 전달받지 못하고 있고, 정작 학교 수업과 시험에서는 반영조차 되고 있지 않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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