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구애 손길 요란해 유감

새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 대회들과 비교해볼 때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수도권 대표론’의 부상이다. 새로 선출될 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 출신 인사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출마가 예상됐던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도권이 상당히 어려워 저보다는 수도권 출신이 대표를 맡는 게 내년 총선에 단 1%라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이 수도권 대표론의 도화선이 된 것 같다.

둘째, 많은 당권주자들이 정책에서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필요하다면 좌파 정책도 쓸 수 있다”면서 “좌파 정책이라고 나쁜 것이 아니고 자유시장경제 논리만 강조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속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보수 강경 입장을 보였던 친박의 유승민 의원은 ‘용감한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민주당이 주장한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을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부·공기업의 비정규직 비율 의무 감축,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법인세·소득세 감세 중단,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장학제도의 확대, 학자금 대출이자 절반 감면 등도 언급했다. 급기야 정몽준 전 대표는 유 의원의 ‘좌클릭’을 겨냥, “한나라당 후보인지, 야당 후보인지 구별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셋째, 정책기조 전환 못지않게 ‘젊은 대표론’의 부상이다. 과거의 전당대회가 친이-친박 대결구도였다면 이번에는 세대교체로 성격이 변화됐다.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의원은 40대이고, 나머지 후보는 모두 50대다. 남경필 의원은 “당과 국정 운영에서 실패한 국정 주도 세력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면서 주류 책임론을 제기한 뒤 “젊은 세력이 당을 맡아 운영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겠다고 나선 7명의 주자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다. 저마다 쇄신과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너도나도 ‘박심(朴心)’을 잡기 위한 구애의 손길이 요란하다. 홍 전 최고위원은 출마 전부터 “이제는 박근혜 시대다. 나는 박근혜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박근혜 등 우리 대선주자들을 야당의 공격에서 보호하겠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내가 진짜 박 전 대표의 천막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려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유력 대권 후보에게 줄을 서고, 미래 비전보다는 ‘박근혜 기대기’에 급급하면 어떻게 변화를 주도하고,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평소엔 박근혜식 정치에 시큰둥하거나, 심지어 비판했다가 이제 와서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양성평등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현재까지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낙제를 면키 어렵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친박계가 여성 대표를 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대선 후보·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란 점은 대선 후보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여성 후보를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다. 20세기적 사고와 구태의연한 계파적 시각으로 어떻게 한나라당이 변화되어 국민의 지지를 얻겠는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후보들 간 단일화 내지 합종연횡 여부가 될 것이다. 단일화 여부에 따라 기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 더욱 중요한 변수는 누가 대표가 되느냐가 아니라 왜 한나라당이 새 대표를 뽑아야 하는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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