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대금으로 시공 초월한 음악
국내 호평에 중국 수출 길 열려
유희성 연출의 뮤지컬 ‘투란도트’(이해제 작, 장소영 곡)는 기본적인 구성과 내용은 동명의 오페라와 같지만 바닷속 신비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등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초연이 있었던 6월 20일 밤 대구 오페라하우스 1400여 석은 대구시민을 비롯한 뮤지컬 애호가들로 꽉 차 있어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은 어머니의 잔인한 죽음 뒤 증오와 복수 때문에 차가운 심장을 갖게 된 얼음공주 투란도트(박소연, 나비)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수수께끼 도전에 나서는 왕자 칼라프(이건명), 그런 그를 사랑하는 시녀 류(임혜영, 설화)의 이야기다. 류가 칼라프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과정을 지켜본 투란도트가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서막부터 그 화려함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페라만큼 많은 인원이 등장하거나 엄청난 무대 세트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영상이 신비감을 더한다. 특히 형형색색으로 해초처럼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앙상블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동작은 인상적이다.
최근 MBC TV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소영 감독의 음악도 압권이다. 심해 물의 왕국을 공간으로 삼은 만큼 일렉트로닉한 느낌을 많이 차용했고 해금과 대금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국제적인 감각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또 투란도트의 아리아의 경우 초반에는 얼음공주 특유의 날카롭고 화려한 느낌에서 갈수록 부드럽게 녹아드는 캐릭터의 변화가 음악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한편, DIMF 개막날인 20일에는 폐막작 ‘사랑해 테레사’ 제작사인 중국의 동방 송레이 그룹이 내년에 개관하는 베이징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투란도트’를 올리는 라이선스 계약을 대구시와 체결했다. 대구시가 향후 5년간 12%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국내 공연이 개막 전에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2회 연장되어 26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문의 1599-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