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신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도 주요 과제로
성인지 정책 전방에서 뛰어왔던 이재인(52·사진)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이 6월 9일 청와대 개편에서 여성가족비서관에 임명됐다. ‘여성학자의 정체성’으로 정책 실무를 담당해왔던 그이기에 한층 거시적인 관점에서 균형적인 정책 조정자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이 신임 비서관은 특히 ‘가시화된’ 여성의 대표성 제고를 강조했다. 외교사절이나 해외 주재원에게서 시도 때도 없이 듣는 말이 “한국엔 여성 고위직이 너무 적다”는 것. 유럽에선 공공분야를 넘어 민간 기업으로까지 여성할당제가 번져가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정부 각 위원회 여성 참여율이나 공공기업 비상임 여성 이사 비율 등 정부의 노력을 전제로 한 공공부문에서의 여성 대표성부터 차근차근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무조건 서구의 제도를 추종하는 식으로가 아닌 “우리 형편에 맞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착실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 역시 구체적인 고민 과제다.
한편으론 가족 위기가 급속히 진행되는 만큼 취약 가정을 주요 업무 영역으로 삼고 요소요소 적절히 개입해 틀을 잘 잡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다.
“부부 평등과 가족의 삶의 질과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가정 양립 정책은 집안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는 과제이자 가족을 살리는 정책입니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죠. 이런 점에서 여성의 관점과 청소년·가족정책은 따로 가지 않습니다. 정부 초기 업무 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사회 성숙도와 비례해 늘어날 예산은 복지·교육 등 삶의 질에 관련된 예산일 것이라고 하셨는데, 현장에서 나날이 이를 실감합니다. 즉 삶의 복지, 휴먼 서비스가 강화돼야 하는 거죠. 이런 면에서 여성가족부의 예산과 정책과제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 틀을 잘 놓는 것이 이번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재인 비서관은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친 후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교수,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여성학 석사논문으로 공식 통계에서 ‘여성’이 안 보이는 문제를 조목조목 짚은 여성학적 검토 보고서는 ‘통계 도구조차 성 중립적이 아니다’라는 전제에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후에 몇몇 여성학과 수업 시간에 부교재로 쓰이기도 했다. “여성학과 접한 이래로 여성 권익과 지위 향상이 머릿속에서 떠나본 적이 없기에” 다른 부서 관계자와 대화할 때도 당위성과 대의명분을 가지고 ‘계몽 언어’를 시시때때로 사용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웃는다.
현편, 9일 개편에서 김혜경(55) 여성가족비서관은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비서관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 졸업 후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ODA워치 공동대표,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