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가운데서 만나는 한옥길, 종로구 가회동 골목. ⓒ도서출판 그리고책 제공
서울 한가운데서 만나는 한옥길, 종로구 가회동 골목. ⓒ도서출판 그리고책 제공
방송작가, 기자, 소설가 출신의 여성 4인이 섬세한 감성으로 추천하는 서울 안의 별천지를 소개하는 책 ‘서울, 여자가 걷기 좋은 길’(도서출판 그리고책). 힘든 일과를 마치고 어딘가 걷고 싶은 직장 여성들이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도 충분히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들이 가득하다.

저자들이 엄지발톱에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동네 지리와 사연을 물어 완성한 책이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만나는 한옥길 - 가회동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헌법재판소 쪽으로 직진=가회동의 황토색 처마가 끝없이 펼쳐진 골목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그대로 옛사람이 된 듯한 감회에 젖게 된다. 서울의 옛날 한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복잡한 현실을 의식 너머로 날려 보내기에 충분하다.

방송작가로 일하다 신춘문예로 2010년 등단한 소설가 설은영씨는 “문득 현실의 무게에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가 가회동으로 향해 세속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두어 시간 골목을 탐험해보라”고 조언한다.

이 거리에는 개인 수집가의 고미술품 가게를 비롯해 특이한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뽐내는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많다. 전통 민화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박물관을 비롯해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선생의 작품이 전시된 한상수자수박물관, 전통 노리개와 허리띠 등에 활용되는 화려한 매듭 장식이 전시된 동림매듭박물관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추억의 풍광 - 아현동

[img2]◆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농방1길을 지나 농방2길로 들어가면=아현동의 옛 이름은 애오개다. 우물과 정자가 많았던 동네이기 때문. 지형이 높고 고르지 않아 주거지역으로는 적당치 않았지만 1970년대 이후 서민들이 모여 살면서 복닥복닥한 동네를 이뤘다. 그리고 지금은 뉴타운을 조성 중이다.

서평지에 오랫동안 글을 쓰는 등 자유기고가로 활동했던 조은영씨는 “뉴타운이 아현동을 얼마나 새롭게 만들어 줄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남은 풍경들을 놓고 더듬거리며 조각을 맞추거나 기록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부근의 풍광을 머리에 새기라고 조언한다.

골목골목에는 뼈대만 남은 외벽에 뉴타운 주민 설명서와 세입자 대책 신청서가 붙어 있는 빈 건물도 많다. 이런 곳은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아직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는 다른 공간들과 어우러져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금화장2길에 들어서면 시작되는 추계예술대 학생들의 거리예술이 특별한 분위기를 뽐낸다. 작품들은 벽과 길을 캔버스 삼아 그려져 있다.

하이힐 신고 떠나는 여자들의 서울 탐험 - 압구정동

◆ 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직진하다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 지나가노라면=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하거나 도심 속 걷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추천한다.

우리에게 압구정동은 값비싼 외제 차와 명품 가방, 드높은 하이힐로 점철되는 사치의 대명사다. 그러나 저자 장치선씨는 “‘압구정스럽다’고 하면 눈살부터 찌푸려지지만, 알고 보면 압구정동은 그런 곳이 아니다”며 “오히려 도심에서 조용하게 산책을 즐기고 젊음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건강·스포츠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하이힐을 신은 자전거’라는 에세이집을 펴냈을 정도로 골수 도시 여성이다. 운동화보다 8㎝ 하이힐이 편하다고 말하는 그가 압구정동에서 가장 ‘강추’하는 활동은 바로 도산공원에서 커피 마시기.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공원은 친구들과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베이커리 가게들을 들러 식도락을 즐기는 것도 큰 재미다. 

쓰레기 더미 위에 되살아난 자연 - 하늘공원

[img3]◆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오면=쓰레기 동산이었던 난지도는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찼던 매립지에는 이제 비릿한 악취 대신 맑은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꽃향기가 그득하다.

난지도는 주말이면 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기고자 찾아든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골에서 자란 탓에 “서울은 그야말로 찬찬히, 느릿느릿 걸어야 보이는 요지경”이라고 말하는 저자 최경애씨는 “명소인 만큼 제대로 걸어야 한다. 공원을 지나 하늘에 이르는 길까지 천천히 그리고 깊숙하게 걸어보자”고 강조했다.

수변음악회, 가족극장 등 철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그득한 ‘유니세프 광장’을 비롯해 인공호수지만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난 부레옥잠, 아기연꽃, 수련, 속새, 꽃창포 등의 수생식물 덕에 자연하천 못지않은 수질을 자랑하는 ‘난지연못’, 피크닉 장소로 안성맞춤인 ‘희망의 숲’ 등으로 꾸며져 있다. 

공원으로 오르는 291개의 계단으로 구성된 ‘하늘계단’도 놓칠 수 없는 묘미를 가진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다 보면 발아래로 월드컵경기장과 평화의공원이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풍모를 드러낸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오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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