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려한다고 무능력자로 만들다니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마케팅의 대상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다. 제품의 광고뿐만 아니라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여심 잡기 마케팅’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흥행’을 위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만큼 여성이 주요한 소비의 주체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요즘 방영되고 있는 두 편의 텔레비전 CF를 보고 있자면, 진정으로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1. auction
내레이션 : 카메라를 사려는 여자가 되어본다
물어볼 남자 없이 혼자 해본다
뒤죽박죽 막막하다
자막 : 당신 심정이 되어본다
내레이션 : 그래서 모델별로 중복 없이
최저가 딱 골라주는 검색
그렇게 옥션은 쉬워졌다
당신이 되어본 후에
#2. z:in
소음에 먼지에
위아래 집 눈치까지 봅니다
맡겨만 놓자니 걱정이 반입니다
자막 : 전문가의 윈도우 컨설팅
하루 만에 창을 바꾸는 시스템
내레이션(남) : 이제, 창에 대한 모든 것 윈도우 플러스와 상담하세요
두 편의 광고는 언뜻 보면 여성 소비자들을 무척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 소비자들의 편안한 생활과 소비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의 카피를 분석해 보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 광고를 보자. ‘남자 없이’ 혼자 카메라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얼마나 ‘대단한’ 기계이기에 남성의 도움 없이는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인지…. ‘여자 혼자 엄두도 못 내는’ 창 바꾸기를 도와준다는 카피는 또 어떤가? 그럼 남자 혼자는 창을 바꿀 수 있다는 소리인가?
여성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로 그리고 있는 광고들이 불쾌하다. 두 편의 광고 모두 ‘여성을 위해’를 모토로 삼았지만, 그 배려 뒤에 숨어있는 왜곡된 여성상을 찾아낸다면 이러한 광고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리 만무하다.
요즘 가전제품이나 식품 광고에 남성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광고 속의 남성상이 강하고 무거운 모습에서 감성적이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가부장제 남성상이 다양한 양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예다.(참고: 2010 방송모니터링 보고서 젠더에 관한 고정관념 그리고 차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국가인권위원회)
물론 이러한 다양한 묘사가 광고 속 고정관념을 해소시키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현실 속의 여성상을 반영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심 잡기 마케팅’은 영원히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