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과 숙의 민주주의
반값 등록금과 숙의 민주주의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1:05
  • 수정 2015-12-25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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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있어야 ‘표 포퓰리즘’ 피한다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시끄럽다. 민주당이 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 그리고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로 상징되는 복지 이슈를 들고 나왔을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꿔 반값 등록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원내 대표 경선에서 한나라당 주류 세력이 교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에 ‘야당 따라하기’를 그만두고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으라고 공개 주문했다. 하지만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라며 “무상인지, 반값인지, 완화인지 국민의 결단이 필요하고 의견이 필요하며, 국가 철학도 필요하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첫째, 정책 철학의 문제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둬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이다.

향후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부의장은 “소득분위 하위 50% 계층에 대해 소득 구간별로 등록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계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지만, 시민단체와 학부모 단체에서는 모든 대학생에게 당장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다. 다양한 복지 중에서 어느 분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와 연계돼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 당장 시급한 것이 일자리와 노인, 보육 등의 문제인지 아니면 반값 등록금 문제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재원 확보의 문제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14조원 규모인데, 등록금을 절반으로 만들려면 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 급식에 소요되는 예산 7000억원의 10배 규모다. 한나라당 정책위에서는 재원은 추가 감세안을 철회하고, 쓰고 남은 세금 잉여분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재원 조달 방안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논쟁거리이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추가 감세를 철회한다고 세수가 늘지도 않고, 다른 잉여금도 다 쓸 데가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정책효과의 문제다.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측은 “정원을 못 채우는 4년제 부실 대학이 77곳인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경우,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학까지 국민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부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더욱이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으로 대졸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반으로 깎아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길이다. 그러나 국민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을 제한된 재원 속에서 실시해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인 합의와 중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숙된다.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할 때만이 보다 완벽한 것을 향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화두가 선거만을 의식한 ‘표 포퓰리즘’ 논쟁으로 빠지지 말고 한국 사회가 성숙한 ‘숙의 민주주의’(deliberate democracy)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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