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특별법 있는데 생존권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

 

한터전국연합 소속 성매매 여성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성매매 특별법 폐지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한터전국연합 소속 성매매 여성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성매매 특별법 폐지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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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성매매 여성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이 벌써 몇 년 전이고 그 이후로 성매매는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시위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 투쟁을 보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임혜연(44·서울 서대문구)씨의 말처럼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터전국연합 소속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집결지 단속에 반발해 4월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7일 오후에만도 400여 명이 서울 영등포구 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소복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소복을 벗고 속옷 하의 차림에 보디페인팅만 한 반라의 몸으로 “분신까지 불사하겠다”며 몸에 휘발유를 끼얹기까지 했다.

발단은 경찰이 지난달 1일부터 시작한 서울 영등포역 주변 집결지에 대한 ‘고사작전’. 경찰이 24시간 순찰을 돌며 입·출구를 봉쇄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에 연일 항의시위 중인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강압적인 단속이나 대안 없는 폐쇄를 반대한다”며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전과자를 끝없이 양산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을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 당시 반라로 도로를 뛰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많은 시민이 오가는 거리에서 인화 물질을 몸에 뿌리고, 반나체 상태로 집단 시위를 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며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만 밝혔다.

이들의 모습은 2004년 한겨울에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방지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며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벌인 무기한 ‘소복 농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아직도 성매매방지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그 이면에는 성매매 여성을 보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성노동자냐, 성매매 피해 여성이냐는 인식의 차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열린 ‘2011 여성회의’에서도 성노동 문제에 여성운동이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를 놓고 열띤 논전이 벌어졌다. 김경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 연구팀원은 “성노동은 신체를 사용해 감정과 쾌락을 생산하는 노동으로 돌봄·감정노동의 연속선상에 있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무턱대고 폐쇄하는 것은 생존권 박탈”이라고 말했다.

여성학자인 한신대 고정갑희 교수는 “성매매방지특별법처럼 성노동 자체를 불법으로 보면 성노동자들은 더욱 나쁜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양성화해야 공론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성매매근절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이자 폭력”이라며 “자발적 선택으로 포장되지만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로 여성의 몸이 제공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남성 성욕을 인정하거나 여성들이 돈을 받는 성매매를 ‘행위주체성’이란 자유주의 담론을 끌어들여 정당한 거래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막달레나공동체 원미혜 용감한여성연구소장은 “성노동 운동이 업주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현장에서 볼 때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동원되는 것만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해온 공간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면서도 “여성주의 입장에서 남성 중심적 성담론과 비대한 성산업의 확장, 성산업 구조의 왜곡을 문제 삼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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