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가족법 개정 작업합니다”
“대를 이어 가족법 개정 작업합니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1.05.20 12:22
  • 수정 2011-05-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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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상속, 아이 셋이면 아내 몫은 9분의 3에 불과
“현행 상속법은 다산에 대한 징벌인가?”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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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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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영 기자
2005년 3월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호주제를 역사 저편으로 날려 보낸 ‘사건’은 한국 여성운동사에 길이 남을 날인 동시에 어떤 한 개인에게는 47년에 걸친 꿈이 대를 이어 완성되는 바로 그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가족법이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이들의 일생에 걸친 노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바로 법학자 김주수(83) 전 연세대 교수와 그의 아들 김상용(48·사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야기다. 아들 김상용 교수를 만나 나눈 그들 부자의 대를 이어온 ‘여성 사랑’ 이야기는 법이 얼마나 진보적이고 섬세하며 따뜻하고 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호주제 폐지 앞장선 아버지 김주수 교수

“민법은 크게 ‘재산’과 ‘사람’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족법은 후자에 속하기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내밀하고 또 굉장히 다양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법전을 넘어 사회 현실과 사람 사이를 같이 봐야 해결책이 나오는 부분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법학 책에만 빠져 있지 말고 일반 교양을 많이 쌓으라고 조언하곤 한다. 특히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부친 김주수 전 교수는 1958년 호주제가 담긴 민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 초안을 본 순간부터 이미 호주제 폐지론자가 됐다. 일생 법학에 성평등 철학을 견지해온 부친의 사상적 토대는 1945년 해방 당시 대학에 입학하면서 접한 베벨의 ‘여성과 사회주의’의 영향이 컸다. 친구 약혼자의 졸업식장에서 마주친 인연으로 결혼하게 된 그의 어머니의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숙명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어머니는 결혼 전까지 제일은행에서 근무한, 당시로는 보기 드문 커리어 우먼이었다. 부친은 유림의 공격으로 성균관대에서 연세대로 직장을 옮겨야 했던 괴로움이나 다른 법학자들의 몰이해 등을 일생 어머니에게 토로하고 이해를 구했다. 때문에 “아버지 못지않게 호주제에 대해 잘 알고 꿰뚫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의 어머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에선 아버지가 운이 좋으신 편이다. 이해심이 많고 담대한 어머니가 바로 아버지의 정신적 지주라고 부모님 앞에서 얘기한 적도 많다.”

그는 “아버지처럼 우리나라 법학계에서 진보적 세계관을 실현한 학자도 극히 드물 것이다. 더구나 아버지처럼 동조자 하나 없이 가족법 한 줄기만 붙잡고 일생을 걸어온 법학자는 없다”고 평한다. 부친은 1993년 퇴직했다. 이후 간간이 가족법 개정 작업에 이런저런 형태로 참여해오긴 했지만 호주제 위헌소송 변론,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공청회,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을 위한 세미나 등 각종 현장에서의 활동은 오롯이 아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다.

호주제 폐지 이후 이들 부자는 더 이상 호주제를 얘기하지 않는다. 여성부를 중심으로 부친에게 훈장을 수여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부친은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은 내가 ‘자발적’으로 택한 것이고, 이에 기여한 분들이 많은데 내가 나서면 알게 모르게 갈등이 많이 생길 것”이란 게 부친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이후 사회 변화에 대해선 ‘민감하게’ 기뻐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이후 가장 먼저 실감하는 것은 2000년 전후해 단기간에 성비가 회복됐다는 것이다. 이는 곧 아들 선호 사상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아들인 그는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법의 변화, 그것도 섬세하고 즉각적이며 실용적인 변혁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이혼 시 자녀 양육을 합의하도록 한 민법 개정이나 가사소송법의 양육비 확보 방안 중 직접지급명령제, 담보제공명령제 등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 앞으로 아동의 인권과 복지 그리고 노인 부양 문제에 주력하고 싶다. 특히 친권 자동승계 금지를 골자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최진실법’은 “아동의 법적 권리 상승”에 물꼬를 튼 법이다.

그는 이미 1997년 이를 주제로 논문을 썼지만 당시엔 별 반향이 없다가 2008년 연예인 최진실씨의 사후 불거진 친권 문제로 급작스럽게 재점화 돼 결국 국회에 관련 법안까지 제출됐다. 그러나 최진실법은 고 최진실씨의 경우처럼 이혼 사유가 남편에게 있고 이혼 후 아내가 아이를 잘 양육하다 사망했을 경우 문제가 있었던 아버지의 친권이 자동 부활되는 것을 막는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효과적이기에 그의 입장에선 ‘절반의 성공’이다. 그만큼 친권법 개정은 갈 길이 멀다.

최진실법은 절반의 성공…정치권, 선거권 없는 ‘아동’에 관심 가지길

“친권을 절대권리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 통념에 도전했다는 데서 최진실법은 의미가 크다. 친권은 아이를 잘 키우라고 부모에게 부여한 의무이자 권리인데, 이를 남용하는 데 대한 제재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 등으로 부모가 신고 되면 전문가나 전문 기관의 의견을 법원이 청취해 48시간 내에 친권을 자동 정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까지 가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동 보호 시스템은 물 흐르듯 각 파트가 연결돼야 하는 것이어서 이 요구를 법으로 잇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주체인 국회의원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광진구에서 세 살 아이가 아버지에게 얻어맞아 사망한 후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 사건 같은 경우만 해도 아버지가 아이를 하도 구타해 주민센터에 민원 신고가 들어오고 그 때문에 이 아버지가 거주지를 옮길 정도였는데, 주민센터 직원 누구 하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아동 학대를 신고하지 않아도 아무 처벌이 없는 아동복지법을 두고 누가 신고의 필요성을 느끼겠는가. 답이 뻔히 보이는 문제에 대해 여성운동계가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고 국회를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부전자전일까. 그 역시 부친만큼이나 한국 사회 기존 통념에 도발적이고 도전적이다. 최근 그가 관심을 갖고 정리하고 싶어 하는 부분은 노인 부양 관련법과 제도인데, 이 작업은 곧 기존 효(孝)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문제 제기다.

“구체적으로 법적으로 부모 부양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은 법적으로 자식이니까 자신의 집을 팔아서라도 부모의 병원비 등 부양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부모 부양을 하되 집까지 팔 의무는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입장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노인 부양을 개인적 책임으로만 보느냐, 사회적 책임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노인 부양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본다면 국가가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게 된다.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운 부모의 노후를 자식이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그 자식을 재판에 걸어 역으로 부양비를 받아내려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노인 부양을 개인의 책임이자 윤리문제로만 본다면 일견 효 사상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인 당사자가 복지 사각지대에 처하는 정반대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관련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법에 대해 그는 “다산에 대한 징벌”이란 매몰찬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남편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80% 이상인데 자식이 많을수록 아내의 상속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식 수에 비례해 양육과 교육에 힘써온 공을 생각하더라도 현재의 상속법은 공정하지 못하다. 자녀 상속분이 ‘1’이면 배우자 상속분은 ‘1.5’인데, 자녀가 한 명인 경우 이에 따라 배우자 상속분은 5분의 3, 자녀 상속분은 5분의 2가 된다. 그런데 자녀가 둘이면 배우자 상속분은 이 셈법에 의해 7분의 3으로, 자녀가 셋이면 9분의 3으로 대폭 축소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편이 죽기 직전 황혼이혼을 해서라도 아내 몫을 챙겨야 하지 않으냐는 우스개가 절로 나온다. 이혼을 할 경우 재산 분할을 하면 최소한 재산의 50%는 챙길 수 있는 게 요즘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정 기여에 대한 자신의 몫을 찾아간다는 취지에서 증여세도 붙지 않는다.

미혼모의 양육, 생부가 안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라도 책임져줘야

“네덜란드처럼 배우자 단독 상속으로까진 가지 않더라도 부부 중 한 쪽이 사망할 경우 나머지 한 쪽 배우자 몫을 우선 공제하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 자식들과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법률상담소와 이 부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봐서 상속법 개정 건을 밀어붙였으나 법무부 작업에서 ‘소수’ 의견으로 밀렸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몇몇 여성 의원들이 주도해 주택을 팔 경우 아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통과가 안 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요즘 그는 미혼 양육모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혼 양육모가 입양을 선택하기보다는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생부가 보육과 교육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만약 생부가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그의 부모, 즉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의무를 감당케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손자 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명시하는 것은 민법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우리 사회 정서상으로도 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도 전망한다.

연세대 법대 82학번으로 운동의 시대를 살았던 그는 사법고시에도 별 뜻이 없었고 “법이 현실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다르다”는 것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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