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음악연극 ‘피아프’ 주연배우 최정원씨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최정원씨는 피아프처럼 음악과 무대에 대한 정열이 넘쳤다. 앞으로의 공연에 대한 계획과 꿈을 전할 때는 소녀처럼 눈빛이 빛났고, ‘악바리’라는 별칭까지 얻을 만큼 혹독한 연습을 해온 지난날을 회상할 때는 눈시울을 적시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어려운 연기에 도전하셨습니다. 실존 인물의 전 생애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텐데요.

“지금까지 해온 다른 어느 작품보다 (표현의) 폭이 넓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료 조사를 더 깊이 있게 하면서 몰입하고 있어요. 어렵기에 더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마치 바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귀가 먹먹해지는 고통을 느끼는 대신 수면 아래의 해초나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피아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렇게 멋진 여자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여자구나’ 하고 실감합니다.”

-170㎝가 넘는 훤칠한 키에 147㎝ 단신의 피아프 역을 맡았습니다. 연기하면서 느끼는 피아프와의 공통점이 있나요.

“피아프는 많이 아팠어요. 어려서 맹인의 삶을 살기도 했고, 세 번의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모르핀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한시도 노래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노래와 사랑 외에 그녀를 바꾼 것은 아무것도 없죠. 극중에 피아프가 무대에 서는 것을 만류하는 의사에게 ‘제발, 제발 노래만 하게 해달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 몇 해 전 담석으로 몸이 아팠지만 무대가 너무 간절했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녀와 제가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이 연극이 배우 최정원을 변화시킨 점이 있다면요.

“피아프처럼 웃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하하핫.(평소의 그답지 않게 걸걸하고 공명이 되는 우렁찬 웃음이었다) 사실 배우에게는 우는 연기보다 웃는 연기가 더 힘들어요. 더구나 피아프는 멀리에서도 웃음소리만 가지고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배우라고 알려져 있죠. 그 독특한 웃음을 체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핵심 인물로 극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서 등장하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면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평소에는 물을 아주 많이 마시는 제가, 이 공연을 할 때만큼은 아무리 목이 건조하고 아파도 입술에만 물을 축이고 말죠. 그런데 이게 또 묘한 것이, 후반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갈라지니까 나이든 피아프의 목소리가 더 잘 표현되는 거예요. 제가 원래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이에요.(웃음)”

-연극이지만 극 중에서 17곡의 피아프 곡을 소화한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모든 곡을 완창하는 것은 아니에요. 마치 대사 같은 느낌으로 뮤지컬처럼 중간 중간 삽입되는 곡들도 있죠. 모든 곡이 다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의 찬가’는 참 애절해요. 피아프가 생애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가장 사랑한 사람은 유부남인 권투선수 마르셸이었죠. 그녀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던 마르셸이 추락사한 뒤 만든 노래가 이 곡이에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버린다 해도 당신만 날 사랑한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이 부분에서는 실제로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정말 아름답죠.”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어느덧 22년을 무대 위에서 보냈습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어릴 때보다 근력은 오히려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물론 테크닉은 조금 떨어졌겠지만.(웃음) 오히려 4년 전 서른아홉의 나이로 처음 ‘맘마미아’에서 엄마 역을 맡을 때는 덜 건강하고 섹시해 보이려고 근육을 없애려고 했을 정도예요. 무대 위에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건강한 몸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책을 많이 읽고 하루에 십분은 나를 바라보는 명상을 하고, 운동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딸(임수아·13세)과 동반 출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어떤 엄마일지 궁금하네요.

“사실 바쁘니까 집에 오래 있을 틈은 없지만, 항상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요. 특히 딸아이를 가져서인지 성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가 일고여덟 살이 되면서부터는 직접 성교육도 했고, 남자친구 문제나 그런 것은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남의 아이도 내 아이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요즘에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나설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가 끼도 많은 것 같던데 엄마처럼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후원하실 건가요.

“사실 저는 수아가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제일 좋겠어요. 그래서 ‘맘마미아’ 대본을 쥐여주면서 소피 역을 읽어보게도 하고 했는데…. 또 시켜보니 당돌하게 곧잘 해내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아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있어요. 아쉽죠.”

-언젠가 엄마랑 함께 뮤지컬 ‘맘마미아’ 무대에 설 수도 있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모녀 도나&소피 콤비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되면 정말 행복하겠네요. 7년 뒤엔 아이도 스무 살이 되고, 극 중 소피도 스무 살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저도 아이에게 뒤지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언젠가 수아의 엄마로 더 유명하게 만들어줄게’라고 말하는 딸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죠.”

무대 위에서 내일 죽어도 후회할 것 같지 않은 피아프와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배우 최정원이 보여줄 21세기 에디트 피아프의 모습이 기대된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던 에디트 피아프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동 실화를 그린 음악 연극 ‘피아프’는 4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문의 1544-1555(인터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