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두 분 토론’이라는 것을 봤는데 여기에 출연하는 개그맨 박영진씨가 “나 때 여자들이 남자한테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어디서 애 하나 데려올 때밖에 없었어. 부인이 ‘서방님 이 아이는 누구예요?’라고 물어보면 보면 ‘몰라?! 나 닮았잖아! 키워!’ 하면 아무 소리 없이 키워야 했어!”라고 하는 대목을 봤습니다.
격동의 60~70년대 행동을 묘사했기에 그것을 보며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요즘 시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했다간 큰일 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있는 이곳 스와질란드에서는 법으로 일부다처제가 인정되기 때문에 요즘에도 위와 같은 비슷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스와질란드(Kingdom of Swaziland)는 왕국입니다. 이곳의 왕은 공식적으로 14명의 왕비와 결혼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께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혀를 차며 못마땅해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왕이 여자를 좋아해서 왕비가 많은 것이 아니라 스와질란드의 왕은 일 년에 한 명의 왕비를 얻는 것이 전통입니다. 왕비는 스와질란드 연중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인 ‘Umhlanga Reed Dance’라는 행사에서 선발이 됩니다. 이 행사에는 전국 모든 지역의 20세(정확지 않음) 이상의 성경험이 없는 여성만이 참가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행사 기간(일주일) 동안 함께 합숙하며 행사 마지막 날에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게 됩니다. 이때 왕은 행진하는 여자들 중 마음에 드는 한 명의 여자를 선택해 왕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왕 보좌팀에서 행사 전에 이미 선발을 해놓는다고 합니다. 하여튼 이렇게 하여 스와질란드 왕은 14년 동안 14명의 왕비를 얻게 된 것입니다.
일부다처제를 법으로 인정하는 이 나라의 남성들은 오래 전부터 자기들이 원하는 여성이 있으면 여러 부인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지금 이들의 삶을 바라보면 정말 기가 막힌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한번은 어느 집을 방문했는데 못 보던 아이가 2명이나 있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남편의 셋째 부인의 자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나요?’라고 다시 물어봤더니, 남편이 셋째 부인까지 먹여 살릴 능력이 되지 않자 그 셋째 부인이 남편과 아이들을 집에서 쫓아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본부인은 할 수 없이 남편의 다른 부인이 낳은 자식까지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한 가족처럼 지낸답니다.
우리 동네 카풍아 산골마을에도 이러한 미혼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의 미혼모들은 대부분 저희 보건소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작년에는 보건소에서 낳은 아이들과 엄마들을 대상으로 돌잔치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곳 스와질란드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끔 이런 풍습에 문제제기를 하는 여성들이 ‘나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고, 남자들도 한 여자와 사랑하여 가정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위해 가정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에 어른들이 책임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