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조밀하고 잘 연결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열차, 버스, 배의 시간표가 긴밀하게 짜여 있어 국내뿐 아니라 근접국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열차는 단순한 교통편이 아니다. 한국의 고속도로와 같이 국토 곳곳을 이을 뿐 아니라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 역사까지 엿볼 수 있는 척도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된 스위스의 대자연부터 세련미 넘치는 도심지까지 기차 하나로 연결돼 있다
봄의 향기 머금은 ‘빙하 특급’
이 중 빙하특급(www.glacierexpress.ch)은 스위스의 만년설과 함께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 피어난 각양각색의 들꽃까지 감상할 수 있는 열차다. 전 세계 철도 애호가들이 가장 아끼는 열차 중 하나로 내부가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 붉은색 의자로 인테리어가 돼 있다.
특히 디센티스-안데르마트 구간은 열차가 가장 높이 오르는 구간으로 해발 2000m 이상인 오버알프 고개를 넘어간다. 여행객들은 ‘눈 덮인 겨울 시즌엔 왜 열차 이름이 빙하특급인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장관이고, 봄꽃이 피는 시즌에는 겨울과는 또 다른 화사한 매력을 뽐낸다’고 평한다.
피에르 상소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 표면에 새겨놓은 문신 자국”처럼 기이하고 아름답다. 구름 속을 뚫고 올라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알프스의 시골 풍경과 절벽을 지나며 절경을 보여준다. 만년설이 덮인 명봉, 울창한 삼림, 초록빛 선명한 목초지, 산 사이의 급류와 계곡 등이 일품이다.
알프스도 식후경
빙하특급에서는 도수가 높은 알코올(브랜디 류)을 1m 높이에서 정확히 유리잔으로 떨어뜨리는 전통 서빙 방식으로 제공해 유명하다. 또 음료를 마시며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도록 45도 기울여 만든 ‘기울어진 유리잔’은 기념품 중 최고의 아이템으로 꼽힌다.
알프스의 전형 ‘생모리츠’
거점이 되는 지역에서 머물면서 하는 관광도 기차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특히 빙하 특급이 시작되는 ‘생모리츠’(www.stmoritz.ch)는 세계적인 휴양 도시다. 해발 1775m에 둥지를 튼 마을로 365일 중 320일 이상이 맑고 청명해 ‘샴페인 기후’로 유명하다. 스위스가 관광산업을 시작하면서 영국 귀족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어 최고급 쇼핑몰과 특급 호텔들이 들어섰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생모리츠에서 살았고, 제2회 동계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1890년에 무너진 12세기 교회 건물의 일부로, 기울어진 종탑이 도시의 상징이 된 리닝 타워나 생모리츠가 배출한 세계적인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를 위해 1908년에 세워진 세간티니 미술관은 들러야 할 필수코스다. 1979년에 스위스에서 제작된 TV드라마 ‘하이디’의 촬영에 사용됐던 산 속 오두막인 ‘하이디 휘테’를 경유하는 하이킹 코스도 좋다. 코르비리아를 오르는 케이블의 중간 역인 찬타렐라에서 오두막까지는 약 100종의 꽃이 심어져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종착역, 하이킹 명소 ‘체르마트’
체르마트에서는 4000m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1년 내내 웅대한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산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봉 ‘마테호른’이다. 관광객들은 체르마트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하이킹을 하거나 스노보드와 스키를 즐기고, 등산철도 열차나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올라 만년설과 빙하를 감상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눈, 빙하, 야생화와 옥빛 호수, 계곡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자료·사진 제공=스위스 정부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