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사무치면 피어난다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새로운 창조를 해낼 때 매혹하는 힘이 생긴다. 우리말에서 ‘아니면 말고’라는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창의력의 세계에서는 ‘아니면 말고’의 정신도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 보고, 그 도전의 결과가 그리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내던지고 다른 방식을 찾아볼 수도 있다.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이다. 구태의연한 것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영감이다. 그런 창의력만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열정과 뚝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이들은 매혹의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던 쇼를 하라’는 광고 문구처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데는 열정을 바탕으로 한 영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쇼는 세상이 기다리던 것이어야 한다. 모두가 모르고 있었지만, 탄생하고 나니 모두가 기다리던 쇼. 멋지지 않은가? 그런 작품을 만들어낸 이들의 바탕에는 열정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그들의 영감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잉태되어 싹이 튼다. <난타>를 만든 송승환 PMC 대표는 열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성공한 사람 중에 열정 없는 사람 없다고 한다면, 열정이 ‘뚝심’으로까지 된 사람이라고 하자. 그는 세상에 없던 <난타>라는 비언어극 쇼를 만들어서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다. 송승환 대표가 ‘한때 잘 나가던 예쁘장한 연기자’로 끝나 버리지 않고, 제작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열정과 뚝심 덕분이다.
<난타>는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관광 가이드들이 반드시 빼놓지 않고 끼워넣는 프로그램이 <난타>다. 그 래서 이 공연에는 외국인 관객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제 돈 다 내고 오는 유료관객이 대부분이다. <난타>는 1997년 10월 호암아트홀 무대에 처음 등장한 이래 13년 동안 온갖 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2000년 7월 서울 정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난타전용관은 서울 강남과 명동, 제주 등 4개로 늘어났다.
송승환 대표가 처음에 우리 것으로 브로드웨이를 능가하는 공연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했다. 난타를 만들어서 국내 공연계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자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1997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돈이 없었다. 가진 것을 팔았지만 그래도 모자라서 친구에게 1억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난타’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입버릇처럼 칭찬하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돈을 꿔줬다. 친구가 돈을 빌려주며 '제발 아내한테만은 모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지금에야 성공했으니 “그땐 그랬었지”하며 추억에 젖을 수 있지만, 당시 그 친구 부인이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돈을 겨우 빌리긴 했지만 이 돈을 갚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아무런 보장도 기약도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해서 에딘버러 연극제에 참가하고 반응이 좋았다. 다행히 '난타'가 현지 매스컴의 조명을 한 몸에 받고 에딘버러에서 맺은 해외공연 계약금으로 친구에게 꾼돈을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그의 성공 신화가 시작되었다.
송승환 대표는 80년대에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혼자 80일 동안 유럽, 뉴욕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 무척 컸다.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느낄 만큼 문화의 다양성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뮤지컬 ‘캣츠’의 포스터를 봤는데 공연 기한에‘Now and Forever'(지금부터 영원히)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공연장이 없어서 1주일 내지는 한 달 정도 무대에 올린 후 막을 내리는 우리의 공연현실과 달리 10년 이상 장기공연을 하는 뉴욕의 문화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오페라의 유령‘같은 경우는 포스터의 선전 문구가 “Remember your first time? (당신의 첫 번째를 기억하세요?)”이다. 장기공연을 통해서 한 번이 아니라, 몇번씩 그 공연을 보는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소비자 심리의 핵심을 찌르는 문구다. 그리고 부러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아직도 ‘배고프다’고 한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이 더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언어극뿐만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뮤지컬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한다.
‘갑’의 인생이 있고 ‘을’의 인생이 있다. ‘갑’처럼 사는 ‘을’도 있고 ‘을’처럼 사는 ‘갑’도 있다.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는 많은 이들 중에는 진정한 ‘갑’도 있지만, ‘을’의 입장에서 불러주기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으면 쓰일 데가(?) 없는 ‘을’의 위치란 그래서 힘들다.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잘 하게 되길 바란다는 건 ‘도적 심보’ 비슷하다. 골프 연습을 안 하면서 왜 이렇게 못치느냐고 한탄하는 나와 같다. 골프장에서 캐디 언니들이 제일 싫어하는 고객의 유형이 소개된 적 있다. 제일 싫어하는 고객은 자꾸만 캐디에게 와서 “나 오늘 왜 이렇게 안 되지?” 하면서 물어보는 사람이란다. 왜 안 되는지 캐디가 어떻게 아나? 오늘 처음 봤는데...'실패'에 대한 시각이 있다. 운동선수들은 나중에 세일즈맨들이 되어서도 좋은 성과를 올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들은 ‘실패’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은 매일매일 경기를 치르면서 살아간다. 그들에게 하나의 경기에서 지는 것은 그 자체로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계기가 아니다. 한번의 경기에서 지고 나면 운동선수들은 "내일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경기 몇 번 졌다고 해서 그들의 운동선수 자질이 모자라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렇게 여기다가는 경기에 나갈 수가 없다. 오늘의 실패는 오늘로 끝, 내일은 다시 내일의 경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운동선수들은 세일즈맨이 되더라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임한다. 오늘 거절당하더라도 내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의 거절을 경험하게 된다. 거절과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세일즈를 할 수가 없다. 매번의 거절에 따라서 "나는 자격이 없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실패와 패배에 익숙한 모드라야 장기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다.
마커스 버킹엄이 쓴 <당신 안의 강점을 찾아라>라는 책이 있다. 버킹엄은 심리학자로 ‘포춘’ 500대 기업과 학교,스포츠팀을 컨설팅하고 있다. ‘강점 발견 프로그램’을 고안해 다양한 재능과 강점을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긍정심리학’을 한다.
그에 따르면 극소수의 사람만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성과를 낸다. 난타의 송승환 대표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것을 직업으로 하고, 강점에 힘을 집중한 사람이다. 취미가 일이 되는 인생이 행복하다면, 송승환 대표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100점 만점으로 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