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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변호사,최은순변호사,최은희변호사,

이종걸변호사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는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힘껏 뛰는

이들이 있다. 더구나 이 ‘만인’중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장 끝순위

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뛰려면 이들은 더욱 더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3.8 세계여성의 날’이 다가오면서 더욱 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여성인권 변호사들. 이들은 여성인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한 80년대부터 여성단체와 연계해 여성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해

왔다. 주로 여성문제 전문 상담기관의 자문변호사 자격으로 위촉됐

다가 현재는 작게는 5명부터 많게는 50 여명의 모임을 만들어 체계

적인 활동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성단체와 인연을 맺은 동료변

호사들의 권유에 의해 우연히 발을 디딘 경우가 많지만, 일단 활동

을 시작하면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틈을 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경

우가 대부분이다. 77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백인변호사단’을

구성해 가족문제 관련 민사소송을 지원해왔지만, 각 여성문제 전문

상담기관에서 변호사단을 본격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95년 경

부터다. 이후 얼마 안돼 97년 말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가정폭

력방지법이 제정

되고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이들의 조직적 활동과 무

관하지 않다.

대표적인 여성인권 변호사 모임 중 하나가 서울여성의전화(서울여

전)에서 95년 결성된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다. 이 모임

명은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각 지부의 변호사모임 명칭으로도 통칭되

고 있다. 서울여전의 변호사 모임엔 이종걸, 이찬진, 김칠준, 양정숙

변호사 등 여성인권 변호사들로 잘 알려진 45명의 변호사들이 참여

하고 있다. 여성단체 중 드물게 월요일마다 2시간 동안 무료 법률상

담을 운영중인데, 서울여전 관계자들은 이들 변호사들이 시간을 내

는 것 자체가 가히 ‘환상적’이라고 평한다. 폭력사위를 살해한 이

상희 할머니를 집행유예로 풀려나도록 백방으로 지원한 것도 이들이

다. 이들의 상담 노하우는 축적돼 이종걸·이찬진 변호사는 가정폭

력방지법 기틀 마련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해왔던 이찬진 변호사의 경우, 궁극적인 관심

사는 사회복지 전반에 걸친 문제이지만 여성운동가들의 열성에 ‘묶

여’ 여성운동에 법적 역량이 자랄 때까지 관여할 생각이다. 그는

사법부의 판결이 성적 평등의 균형감각에선 아직 거리가 멀지만 이

제 막 초보단계는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입장.

“여성단체와 함께 일하며 나 자신이 남성우월주의에 가득찬 다중인

격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으론 여성단체들이‘역차별’이란 아

이러니를 극복하고 일반 사회운동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도록 역량이

자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울대 우조교사건 공동변호인단으로 사건을 승소로 이끌어 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박원

순·최은순 변호사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이기도 한 박 변호사는 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 공동대표

로, 최 변호사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법률적 자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해 9월 70세의 이시형 할머니가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이후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노인여성 인권문제에도 이들 변호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는 하승수·이상훈 변호사와 함께 공동변호인단

을 구성해 항소를 지원하고 있다. 99년 1월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75

세의 김창자 할머니의 경우엔 ‘백인변호사단’에서 활동중인 최은

희 변호사가 대법원 상고를 준비중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95년부터 12인의 변호사들로 ‘토요법률상

담’모임을 꾸려오고 있다. 성폭력사건의 경우 대부분 변호사 선임

없이 형사고발되기에 더욱 더 법률 자문이 절실한 분야. 모임의 좌

장 격은 부천 성고문사건에서 특별검사를 맡았던 조영황 변호사. 회

원중 이백수 변호사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작업에 참여하고 남녀고용

평등법에 의거한 직장내 성희롱 관련 자료집 발간에 법률감수를 하

고 있다. 이 두 변호사는 요즘 날로 폐해가 심각해져가는 스토킹범

죄 관련 처벌규정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남여성회와 부설 성·가족상담소에선 지난 해 3월 5명의 변호사

들이 모여 ‘따뜻한 손’이란 모임을 발족했다. 이후 매주 월요일

경남여성회에서 상담활동을 펴고 있다. 결성 1년이 다가오는 지난 2

월 22일엔 좀 더 효율적이고 활성화된 운영을 위한 자체모임을 가지

기도 했다. 모임의 주축인 차정임 변호사는 검사생활을 마치고 93년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부터 지역여성운동가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다가 95년 5월 김해의 김순덕씨 사건을 맡은 것이 그

의 여성인권 지원결심에 불을 붙이게 됐다. 당시 폭력남편을 우발적

으로 살해한 김씨는 가정폭력관련 범죄자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1

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단체와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차 변호사는 여성단체 봉사가 “내담자들에겐 이웃처럼 변호사를

만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변호사 당사자들에겐 법대 진학 때

부터 꿈꾸어왔던 사회정의 실현의 욕구를 현실화해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좀 더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선 법률 지원만을 전담하는 전문

상담원을 키워내 여성단체의 자립을 어느정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의견이다.

이제 이들 인권변호사들의 노력은 여성인권 관련 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여성단체들의 ‘홀로 서기’에까지 값진 토양이 되고

있다.

'박이 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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