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권유하는 사회. 요즘 이 시대의 모습이다. 제발 돈을 빌려가라는 이메일과 광고 문자가 매일 수십 건씩 쏟아져 들어온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용 조회 없이 대출을 받으라고 꼬드긴다.

가계 빚 800조원 시대.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빚을 합한 액수다. 게다가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이자 비용은 6만5728원으로 연간으로 치면 78만8736원이다. 전세 값 급증과 치솟는 물가가 서민들의 피를 말리며 신자유주의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 물가 인상폭에 비하면 월급 인상 수준은 제자리거나 후퇴하는 셈. 그러다보니 전·월세 사는 서민들은 형편에 맞게 집을 찾아 옮겨 다니는 유목민 신세로 전락했다.

서민들의 절절한 고민을 듣기나 한 걸까? 정부가 친서민 정책에 알맞은 ‘대출 방안’을 제시했다.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하거나 자살하는 학생까지 생겨나는 요즘, 한국장학재단은 기존의 가계소득분위(1~7분위) 기준과 평균 학점(직전 학기 B 이상) 기준에 맞춰 주던 ‘든든 학자금’의 기준을 완화한 ‘특별 추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소득분위 7분위 이하, 과거 학기 학점 평균이 B학점 이상인 경우 액수에 상관없이 등록금 전액을 대출(금리4.9%)해 준다. 1~3분위에 해당할 경우 연 200만원 한도의 생활비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고 한다.

한편 지난 2월 14일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2009년 사립대학 용도별 적립금 현황’을 보면, 전국 133개 4년제 사립대는 건축 및 장학 명목으로 총 7조억원가량을 쌓아놓고 있었으며, 그 중 2조4155억원이 ‘기타 적립금’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작 학생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적용되는 장학적립금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갈수록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더 이상 대책이 없다’던 정부가 지난 2월 11일 대책을 내놨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연 4%대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것. 하지만 사정이 어려운 서민에게 대책 없이 빚만 늘리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올바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은행 대출을 안고 있는 상태라면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임금, 저금리에 힘을 잃은 서민들을 위협하는 고유가, 고물가 시대. 취업은 안 되는데 비정규직은 늘고, 버는 돈은 적은데 나가는 돈은 많은 친서민 정책이 도대체 언제쯤 서민들과 친해질지 의문이다.

집 없어 서러운 이 시대, 인사청문회 때마다 고위인사 후보들의 ‘억’ 소리 나는 부동산 투기를 눈감아주는 정부를 국민이 언제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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