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성별은 수정(受精)의 순간에 결정되고 이는 평생 바뀌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신념체계는 아무런 의심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가시화는 인간의 성별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구별돼야 하는가, 사람은 남자와 여자라고 하는 2개의 성으로만 구성돼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그녀는 남성으로서의 성기 구조를 갖춘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여자 옷을 즐겨 입고, 고무줄놀이와 같은 여자가 주로 하는 놀이를 즐겨했다.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편안함을 느꼈다.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돈을 모아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고통이 따른다는 성 전환 수술을 받아 마음의 성과 육체의 성을 일치시켜 그토록 원하던 여성이 됐다. 
여성인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하던 중 귀가 길에 2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우리 형법은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한 그녀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이 질문에 대해 대법원은 1996년과 2009년에 각기 다르게 답했다. 대법원은 1996년에 “피해자가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여성에의 성 귀속감을 느껴왔고 성 전환 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의 내·외부 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 요소인 성염색체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 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 기간, 성 전환 수술의 경위, 시기 및 수술 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 능력은 없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와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사회 통념상 여자로 볼 수 없다”(1996.6.11. 선고 96도791 판결)고 판시했다. 성 전환 수술을 한 남자가 여자로 생활하고 있더라도 이를 강간죄의 객체인 여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은 “피해자는 성장기부터 남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었고, 성인이 된 후 의사의 진단 아래 성 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수술 이후 30여 년간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현재도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여 남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여성으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성 전환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2009.9.10. 선고 2009도3580 판결)하다고 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을 한 자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는 모든 사람은 남녀로 구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성별 결정 기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초기 태도는 인간의 성별은 ‘성염색체’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6년에 대법원은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으므로,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6.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인간의 성별이 생물학적 성과 함께 성의 자기 인식, 즉 사회적·심리적 성에 의해 결정되고, 강간죄의 보호 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다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한 여성이 강간죄의 객체가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 나아가 강간죄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할 이유 역시 없어진다. 남성의 경우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남성을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다.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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