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월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이했다. MB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대통령이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바닥 민심은 싸늘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적이고 상충적인 민심 속에서도 MB는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북한산 산행을 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임기 2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도 2년 남았으면 아직도 몇 년치 일을 할 수도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선진 일류 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기초를 어느 정도 닦아놓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MB는 우리 사회를 선진 일류 국가로 만드는 필수적인 일로 공정 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의 틀 속에서 청와대는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공정사회 추진회의를 열기로 했고, 지난 17일에는 공정사회 실천의 큰 방향과 과제를 정하는 1차 회의가 열렸다. 거기에서는 공정사회 실천을 위한 5대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8개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그동안 뜬구름 잡는 식으로만 보였던 ‘공정한 사회’ 어젠다의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미 나왔던 의제여서 의미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양성평등 실현과 같은 시대정신이 크게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8대 과제 중 하나인 공직 인사제도 개선 내용을 살펴보면 인사관리의 공정성 및 책임성 강화, 지방 우수 인재 채용 인원·범위 확대, 북한이탈 주민·중증장애인 채용 확대, 다문화·결손 가정 지원방안 마련 등이 포함돼 있지만 정작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로서 여성 할당제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양성평등에 대한 현 정부의 이런 안이한 인식이 여성계로부터 ‘MB정부에서는 여성정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MB정부가 추진했던 각종 정책 중 양성평등 실현 정책에 대해 ‘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37.2%인 반면, ‘잘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는 50.3%로 훨씬 높았다는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양성평등이란 여성·남성이라는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보편적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성별에 따라 고정관념에 구속됨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2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사항은 진정한 양성평등 없이는 공정 사회도 선진 일류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는 강한 인식과 함께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있는 각계각층의 협조가 필요하다.

KPSI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MB정부가 향후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친서민 정책’(34.5%)과 교육개혁(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양성평등 실현’은 1.6%에 불과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여성에게서 그 비율이 1.3%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고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여성들의 이런 인식과 태도로는 결코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할 수 없다. 정부와 여성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양성평등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양성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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