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화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
진정한 민주화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
  •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동아프리카학과)
  • 승인 2011.02.18 11:17
  • 수정 2011-02-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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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의 ‘반쪽 혁명’ 우려…최대 변수는 군부
여성운동가 엘 사다위 “남성 주도 강대국 이해가 지배하는 질서 원하지 않아”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바라크의 하야에 환호하며 민주화 구호를 외치는 여성들.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성공하려면 이집트 개혁에 여성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출처 Women of Egypt Facebook page(www.facebook.com/pages/Women-Of-Egypt/188702194487956?v=wall)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바라크의 하야에 환호하며 민주화 구호를 외치는 여성들.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성공하려면 이집트 개혁에 여성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출처 Women of Egypt Facebook page(www.facebook.com/pages/Women-Of-Egypt/188702194487956?v=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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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민주화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은 이제부터다.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혁명 이후의 개혁은 주로 남성이 담당해 왔다. 동등하게 참여했지만 여성의 권리는 무시되곤 했다. 때문에 여성들은 이제부터 더욱 뭉쳐야 한다. 남성이 주도권을 쥐는 비민주적 사회가 다시 도래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나도 지금 나가야겠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기다린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79세 백발의 노인이지만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인터뷰를 끝내고는 광장으로 나가는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 힘찼다. 바로 나왈 엘 사다위다. 이집트의 여성운동을 50년 이상 주도해 온 선구자다. 의사이자 소설가인 엘 사다위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여성운동가다. 남성 중심 권위주의가 팽배한 이집트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벌여온 여성이다. 1972년 여성 할례 금지를 촉구하는 서적 ‘여성과 섹스’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그것도 여성이 낸 이 책은 당시로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당연히 보건성 교육국장직에서 쫓겨났다. 지속적인 ‘반전통적’ 투쟁으로 1981년에는 투옥되기도 했다. 1988년 이슬람 세력은 그를 암살 대상 명단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를 피해 그는 미국 듀크대의 교수직을 수락했고, 사실상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1996년 일시 귀국해 다시 민주화 및 여성운동을 추진하다가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해 외국을 드나들었다. 2005년에는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려 했다. 하지만 여당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후보 자격 조건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엘 사다위는 독재에서 해방된 조국에서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노구에도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반쪽 혁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이집트 정국의 최대 변수는 군부의 태도다. 하야한 무바라크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이양 받은 군부는 민주화 개혁을 담당할 것이다. 국민도 신뢰를 보내고 있다. 18일간의 반정부 시위 기간 중 군은 중립을 지켰다. 총알 한 발 쏘지 않았다. 시위대를 공격한 것은 내무부 소속 치안대였다.

그러나 무바라크 정권보다 더 오래 이집트의 권력과 경제이권을 차지한 집단은 바로 군부다. 1952년 군사혁명 당시에도 사람들은 민주적인 정부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세속주의, 권위주의 독재정부의 시작일 뿐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시민의 힘을 목격한 군은 과거와 같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군 최고위원회는 이미 의회를 해산했고, 구 헌법을 중지시켰고, 비상계엄법의 철폐를 약속했다. 그러나 앞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준비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포괄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 세력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민주화를 위한 개혁은 군의 기득권 상당 부분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아랍의 정세는 장기적으로 요동칠 것이다. 장기 독재에 억눌려 지내던 아랍인들에게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은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아랍의 최대 정치 강국 이집트가 안정될 때까지 아랍의 지정학도 적지 않은 여파가 예상된다. 안정을 위해 내부 정치에 집중해야 할 이집트의 공백이 아랍 정세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가장 중요한 중재자인 이집트의 역할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면에 나섰던 무바라크의 모습도 한동안 볼 수 없다. 사우디와 더불어 수니파 이슬람의 주축인 이집트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이라크 전쟁 이후 확대되고 있는 시아파 초승달의 주축 국가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게 될 것이다. 이란을 축으로 서쪽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남쪽으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까지 연결되는 초승달 모양의 시아파 블록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란에 대적할 수니파 이슬람 정권이 아랍권에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이 우려하는 무슬림형제단의 집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화 혁명이 이슬람 혁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치게 확대 과장된 것이다. 현재 아랍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민족적 그리고 세속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무슬림형제단은 현재의 시위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무슬림형제단의 후보 혹은 이 단체가 지지하는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아파와 달리 수니파는 1400여 년 역사에서 단 한 차례도 이슬람이 권력을 차지한 적이 없다. 시아파와 달리 성직자 계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물론 서방 그리고 한국도 이와 같은 지나친 우려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아랍권에 들어설 새로운 정치역학의 틀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민주화나 인권보다는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한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과거의 이기적인 자세는 이제 버려야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랍권도 과거의 친미 혹은 반미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정당정치에 기반을 둔 다원화 사회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엘 사다위는 “남성이 주도하는 강대국의 이해가 지배하는 질서를 우리는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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