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서울YMCA 여성회원 자격 제한은 위법”
“사적 임의단체에서 행해진 내부 문제라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는데,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결국 승소했다. 자매애를 보여준 38명의 여성들과 양성평등을 위해 힘을 보태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전미옥 ‘너머서’ 전 대표)
서울YMCA 여성참정권 운동이 9년 만에 ‘승소’라는 결실을 맺었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월 27일 여성에게 총회원이 될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여성 회원 38명이 서울YMCA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하도록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성참정권 요구 운동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서울YMCA 내 청년YMCA 여성위원회가 처음 참정권을 요구했고, 2002년 12월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비상회의 ‘여성특위’가 결성되면서 본격화됐다. 여성 회원들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회원으로 총회에 참석하고 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며 설득과 대화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차별 개선을 권고하고, 한국YMCA전국연맹이 서울YMCA를 제명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김 대표는 “소송 기간 5년 5개월을 포함해 고비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힘도 없고 조직도 없는 여성 회원들이 흩어지지 않고 격려하며 지내려고 온 힘을 기울였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떵떵거리고 다니는데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 서울YMCA를 떠나야 했던 우리 스스로 운동의 목표와 진로를 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년 여간 목요 집회를 계속했고, 릴레이 1인 시위, 단식 기도회를 이어갔다.”
소송은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민모임 ‘너머서’가 주축이 됐다. 이 단체는 2005년 서울YMCA 개혁 모임인 ‘성차별철폐연대회의’ 사람들과 이들의 활동에 뜻을 모은 남녀 150명이 결성했다.
김 대표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 따라 유엔에 대한민국을 제소할 작정이었다”며 “승소 판결을 받은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전략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대표는 특히 “서울YMCA가 지난해 헌장 부칙에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슬쩍 집어넣고 올해부터 여성 총회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방법이 치졸하고 성평등을 실현한다는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