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간접체벌 허용 방안’ 발표 이후 찬반 대립

 

경기 수원시내 한 고교에서 두발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오리걸음 기합을 받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제공
경기 수원시내 한 고교에서 두발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오리걸음 기합을 받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제공
“간접체벌은 ‘교육적 훈육’을 위해 필요하다.”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강압적 폭력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간접체벌 허용’ 방안을 둘러싼 공방전이 뜨겁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난 1월 17일 발표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도구나 신체를 사용해 신체에 고통을 주는 직접체벌은 전면 금지하지만 팔굽혀펴기, 운동장 걷기, 교실 뒤 서 있기 등 훈육 수준의 간접 체벌은 학교가 정할 수 있다. 교과부는 3월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손질할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진보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금지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

“학교가 실험 대상이냐”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따라 학칙을 개정한 일선 학교들은 “또다시 학칙 재개정을 해야 하는 거냐”며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ㄱ고 김모 교사는 “석 달 동안 체벌 허용과 금지를 오락가락하다니 학교가 무슨 실험 대상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간접체벌 수위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중3 딸을 둔 학부모 장신문(44·서울 관악구)씨는 “몸도 허약한데 팔굽혀펴기를 100번 이상 하고, 전교생이 내다보는 가운데 운동장을 30∼40바퀴 돌며 기합 받는 것이 어떻게 교육적 벌이냐”며 “신체적 고통도 크고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 훨씬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김포에서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서기’ 간접체벌을 받던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간접체벌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일부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체벌 강도와 빈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 기합과 얼차려를 굳이 간접체벌로 구별해 부를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중3 이예반(전북 무주)군은 “간접체벌이라는 꼼수를 쓰는 것 자체가 ‘사랑의 매’ 운운하며 체벌을 정당화하던 시절보다 발전했다”고 꼬집었다. 경기 부천 ㅅ고 2학년 이창준군은 “교권 침해를 우려하지만 과도기에 겪는 시행착오일 뿐”이라며 “예방주사를 맞고 열이 나지만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가라앉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간접체벌 학칙을 정할 때 학생 의견을 의무 반영토록 했지만 학생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경기 부천 ㅅ고 심모군은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칙 개정 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 학생 참관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반면 간접체벌 허용에 대해 공감하는 학생들도 있다. 경기 파주 ㅁ고 3학년 박성용군은 “선생님이 못 때린다는 이유로 수업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며 “체벌 전면 금지는 시기상조 아니냐”고 했다.

서울 ㅇ여고 조모 교사도 “아이들을 실제 가르쳐본 교사들은 체벌이 필요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말로 타이르다 안 될 때 아이들을 통제하려면 체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 발목 잡기인가”

간접체벌 허용 방침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교과부 방침이 진보 교육감 ‘발목 잡기’라는 시각이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1월 17일 트위터를 통해 “직선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시민이 표로 심판해야지, 교과부가 고춧가루를 뿌려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체벌 금지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교과부가 원칙 없이 포퓰리즘적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금의 시행령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허용하는 데 반해 개정안은 직접체벌 금지를 담기 때문에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체벌 금지는 세계적 추세지만 우리 교육환경은 선진국과 다르다. 간접체벌 허용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워온 교총은 미흡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안양옥 회장은 “징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 전학을 추가하고 학부모상담제도 강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출석정지 제도는 이름만 바꿨을 뿐 사실상 유기정학”이라며 “생활지도를 어겼다고 징벌적 유기정학을 시키면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벌보다는 훈육의 묘 살려야

특히 학교 자율이란 미명으로 교장 권력이 남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감 대신 학교가 학칙 개정의 자율권을 가지면 제왕적인 학교장 권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간접체벌 역시 체벌이므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치유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교육·심리학의 정설이다. 체벌은 당한 아이에게 생생한 학습으로 경험돼 인간관계에서 폭력이 정당한 것처럼 이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간접체벌이든 직접체벌이든 초등학교 이후 사리분별을 하는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은 교육적 효과는 없다. 오히려 적대심만 심어줄 뿐이고 폭력을 전염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시범 케이스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체벌을 한다고 말한다. 문용린 한국교육학회장(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은 “체벌 금지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이들 교사의 교육관을 바꾸는 교육을 강화하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피하라는 대원칙만 명시하면 된다. 교육자의 양심과 지혜에 맡겨야 한다”며 “교사가 과도한 체벌을 한 경우 학교 내 위원회에서 논의하라는 정도로 여지를 둬야지, 때려라 때리지 말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 교수는 “아이들을 놓고 교과부와 교육감이 편 가르기와 기세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벌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여학교에선 두발 검사나 야간 자율학습이 체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이 같은 낡은 관행을 어떻게 고쳐나갈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교과부 방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교사 1인당·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교원 잡무 경감, 맞춤형 교원연수 실시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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