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잘해주려 애쓰면 오히려 스트레스
전북 전주에 사는 이월수(68)씨는 명절에 만나는 며느리가 부담스럽다. “어머니, 어머니” 하며 말을 거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어서다. 며느리에게 흉보일까 싶은 노파심에 며칠 전부터 집안을 걸레질하며 깨끗이 닦는 것도 고생스럽다. 이씨는 “요즘은 며느리가 ‘백년손님’”이라며 “괜히 눈치가 보여 집안일도 마음껏 못 시킨다”고 토로한다.
3년차 주부인 최윤정(31·경기 의정부시)씨는 “낯선 시댁에서 친정부모 대하듯 자유롭게 행동하기 힘들고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다”고 말한다.
1990년대 말부터 명절 때면 으레 들먹여지는 ‘며느리 증후군’에 이어 요즘은 며느리 못지 않게 시어머니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시어머니 증후군도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전문가들이 꼽는 제1 원인은 우리 사회의 가족구조 변화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핵가족화된 가정의 구성원들이 명절이면 갑자기 전통적인 공동가족군에 합쳐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이를 잘 이겨내지 못해 몸과 마음에 병이 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행복한 명절나기는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사랑의가정연구소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는 “과거 경험을 근거로 며느리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아야 된다”며 “‘나는 예전에 시어머니를 이렇게 모셨는데…’ 하는 과거지향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며느리에게 점수를 따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지나치게 잘해주려고 하거나 의식하는 행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례상 음식은 집에서 만든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성단체의 경우 ‘명절증후군’ 해법을 ‘평등명절’을 키워드로 한 사회의식 개혁 캠페인에서 찾는다.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음식과 차례상은 정성을 담아 간소하게 차려 정을 나누는 기쁨을 느껴볼 것”을 권했다.
또 며느리들이 서운해 할 말은 하지 않도록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더 있다 가라’ ‘친정 가려는데 시누이 기다렸다 보고 가라고 할 때’ ‘똑같이 맞벌이 하는데, 아들 얼굴만 반쪽 됐다며 안쓰러워 할 때’ 등의 경우가 그렇다. 반면 “준비하느라 수고했다” “어서 친정 가야지” 같은 말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거리를 좁혀준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피해 다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명절 며칠 전 미리 전화해 준비할 것을 물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휴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지 말고 몇 시간 외출하는 등 시어머니에게 휴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송 대표는 “시집을 떠날 땐 정성껏 쓴 엽서를 남기고 오라”고도 권한다. 명절 준비와 식구들 뒤치다꺼리로 수고하셨다며 미장원이나 목욕탕에 가시라며 용돈을 드리고 오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