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인권문제 넘어
사회복지 측면에서 해결해야

 

“(아동성폭력의) 씨가 마를 때까지 분노할 것이다.”

지난 7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신의진 소아정신과 전문의(47·연세대 교수·사진)는 섬세한 윤곽에 갸냘픈 이미지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강경한 말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아동성폭력 일선에서 뛰어왔고 2004년 여성부의 ‘서울 해바라기아동센터’(성폭력 피해 아동 치료 전담센터) 설립을 주도, 2009년까지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문의를 넘어 ‘사회적 어머니’로 종횡무진 했던 그답다. 특히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를 위해선 수사 과정의 문제부터 심리치료는 물론, 볼 흉터 성형수술, 배변 백 제거 수술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식의 일처럼 뛰는 열정과 투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아이 둘(대입 준비 중인 큰아들과 중3인 둘째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논문을 한 편이라도 더 쓰는 게 중요할지 아이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할지는 자명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영이가 자살을 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 바로서기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우리 사회엔 아이 하나 살리는 데 방해 요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의 분노는 “지치지 않고 줄곧 소리치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언젠가는 아동성폭력 문제의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는 희망이 잠재하기에 역설적으로 큰 힘을 가진다.

“영등포초등학교 피해 아동 사후처리는 완벽한 실패”

현장에서의 체험과 그 과정에서 절절히 느낀 문제점을 모아 신 교수는 대한변협 이명숙 인권위원장과 의기투합해 민간 차원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치유와 복지를 도와줄 ‘재단’ 설립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동성폭력 문제를 ‘인권’ ‘여성’ 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이 안 된다”는 것. “과학적으로 사회복지 측면에서 문제를 다뤄야 하기에” 필요하다면 기존 여성가족부로부터 보건복지부로 관할 부처를 옮기는 문제까지 포함해 법무부, 교육부 등 관련 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이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 아동성폭력에 대해선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분노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여성계는 성폭력 문제를 아동과 성인 여성으로 나누어 보는 것에 비판적이지만, 여성성폭력 문제에 비해 아동성폭력 문제에 사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사건 발생 후 조치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비전문적이라는 것.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것”이 관성화돼 있는 현실이 너무도 부조리하다는 것. 그가 지금도 가슴 아파하는 것은 “영등포초등학교 피해 아동의 경우, 완벽한 실패”라는 사실이다.

“공감과 지지 얻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책 써요”

“나영이의 경우,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고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면서 길이 열렸다. 이젠 거의 정상 아동과 다름이 없다. 내 치료는 마무리됐지만 지금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반면 영등포초등학교 사건의 경우, 나영이 아버지가 피해 아동 부모에게 수차례 전화 접촉을 시도했지만 센터에서 겨우 몇 차례 상담을 나갔을 뿐 부모들이 아이가 또 어떻게 될까봐 하도 겁을 내고 움츠러들면서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해 적절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못했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걱정이 된다.”

신 교수는 사고 이후 처리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부모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건 발생 사흘 내로 피해 아동 부모의 70% 이상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응급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성폭력 악몽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경우, 아이의 피해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과거가 되살아나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그는 “아동성폭력 사건의 경우 아동뿐 아니라 그 부모도 함께 지원해주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만약 부모가 그의 말대로 “크게 휘청거려” 아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면?  피해 아동은 “정신적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이 외국의 여러 연구 결과로 나타난다. 즉 자살, 우울증, 약물중독은 기본이요, 학습부진에 경제적 자립도 못하고 성생활, 파트너십, 대인관계 등 전반적으로 모두 문제가 생겨 사회에서 낙오하게 된다는 것. 그는 한마디로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행복감을 온통 다 앗아가 버린다”고 표현한다. 

아동성폭력의 고통을 보면서 하루 25시간을 사는 그를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명한 부모는 자녀를 느리게 키운다’ 등 끊임없이 책을 쓰는 것도 나 혼자 힘으론 버티기 힘들어서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한 나 나름의 노력이다. ‘분리’되면 나 스스로 무너져버릴 테니까.”  

현재 신 교수가 가장 ‘핵폭탄’으로 생각하는 아동문제는 미성년에 의한 성폭력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정서불안이다. 전자의 경우 “얼마 전까지 아동성폭력 가해자의 30%가 아동이었는데 어느새 그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는 것. 가해자는 친오빠, 사촌오빠 등 피해 아동 주변인인 경우가 많다. 그가 한 가지 희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가해자일지라도 “나이가 어릴수록 조치가 빨리 들어가면 그만큼 치료가 잘 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7년여 전부터 가해 청소년 치료·교정 프로그램인 ‘인간존중 프로그램’을 개발해 2년 전부터 현장 기관에 배포해 시범 운영 중인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전한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그에게 찾아오는 아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아이가 대책 없이 울고 엄마를 발로 차고 때리거나 학교에서 자해행위를 하는 등 통제 불능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동물의 왕국 수준”이라며 엄마의 모국어를 배우게 하고 육아비용을 줄이겠다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본국으로 보냈다가 세 살 정도에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는 등 일련의 행태로 아이가 정서적 안정을 가질 겨를이 없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토록 파괴적이라고 우려한다.

다문화 가정 아동문제는 태풍의 눈…정책적으로 보완해야

우리나라는 왜 이토록 성폭력을 비롯해 극단적 폭력이 횡행하는 사회가 됐을까.

“성폭력을 세계적 차원에서 비교하면 확실히 최근 우리나라의 발생 빈도가 높다. 어떤 때는 우리 사회가 일종의 폭력 중독증을 앓고 있지 않나 참담한 기분이 든다. 6·25전쟁 후에도 정신적으로 이렇게까지 바닥은 아니었지 않은가. 70년대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혈연·지연 중심의 사회여서 힐러리 클린턴의 책 제목처럼 엄마 할머니 친척누나 등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는 양질의 가족육아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빈 공간으로 남은 ‘가족보호’를 누가 메웠는가. 서구 선진국들처럼 적절히 이 부분에 국가의 복지 서비스가 들어가야 했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인간으로부터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반면 경쟁 스트레스는 심해졌다. 어릴 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보육까지 시설에 위탁하는 상황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그래서 아이들이 게임에, 인터넷에, 폭력에 무감각하게 중독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의 범인 김길태처럼 가족 공동화 현상이 “섹스를 통해서만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정작 여성이나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무지한” 사이코 패스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저출산 정책, 무당굿처럼 비과학적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에 24시간 영유아 보육을 확대하고 무상급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적어도 한 인간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이런 시설들에 감염·안전·영양·뇌 4개 분야의 전문가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전문가가 없고, 관련 교육도 부재하다. 소아정신과 비용을 국가에서 대주는 미국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전문의는 물론 임상실험가, 간호사 등의 전문가 체제는 당장 돈을 준다고 구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아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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