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같은 성품답게 청결하게 쪽찐 머리에 늘 하얀 한복차림으로 행여 남들에게 애비 없는 자식으로 보일까 한결같이 예의범절을 강조하셨던 어머니.
어린 나에게 버선 만드는 법까지 가르쳐 주시며 한겨울에도 아침이면 물을 데워 할머니의 세숫물을 마루 위로 떠다 바치셨죠.
어린 나이에도 괴팍스러운 할머니가 너무 미웠는데 어머니는 어떻게 그걸 다 인내하셨는지요.
6·25전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고작 4살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길쌈에 농사일에 땔감까지 하시며 열 식구가 넘는 식솔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냘픈 어깨에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서 그 힘든 삶을 헤쳐나가셨지요.
후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늙으신 할머니와 눈앞에 있는 저희 8남매를 보니 슬퍼할 겨를도 없으셨다고 그때를 떠올리셨습니다.
지금 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어요. 지금 저는 문화 혜택을 누리고 사는 데도 사니 못사니 하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게 사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나요.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 좋은 것 다 드시고 고운 옷 입혀드릴 텐데.
지금 살아 계시면 104세가 되셨을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막내딸이 벌써 68세나 되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혹독하게 춥습니다. 그곳 하늘나라는 어떤가요?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요. 그리운 나의 어머니! 생존에 계실 때 효도하지 못하고 이제 후회를 하는 불효 막급한 딸을 용서하세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막내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