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치권의 과제
2011년 정치권의 과제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1:15
  • 수정 2015-12-25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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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은 저물고,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2010년은 세종시로 시작해서 4대강으로 끝난 갈등의 해였고, 동시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서 시작해 연평도 포격으로 끝난 안보 위기의 한 해였다.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 언론은 한결같이 미국의 역사는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미국 사회의 충격이 엄청나게 컸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연평도 포격 이전과 이후로 구분돼야 한다. 북한이 6·25 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의 영토를 향해 처음으로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들이 뽑은 2010년의 사자성어에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장두노미’란 쫓기던 타조가 급한 나머지 덤불 속에 머리만 숨긴 채 꼬리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미 그 실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진실을 감추려 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두노미는 대한민국보다는 오히려 폭압적인 김정일 북한 체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말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3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최대의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2012년까지 명실상부한 핵을 보유해 강성대국을 완성하는 것이고, 3대 세습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면서, 2012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보수가 재집권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군부의 충성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에 따라 군부의 힘을 의도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도발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여하튼 2010년 북한의 비이성적이고 기습적인 도발의 기저에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백일하에 드러났다. 북한의 폭침과 포격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얻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그동안 북한에 대해 갖고 있었던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첫째, 국민은 ‘우리 민족끼리’를 유독 강조하는 북한이 같은 민족인 남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얼마나 순진했던 것인지를 깨닫게 됐다. 좋든 싫든 햇볕정책이 펼쳐지는 동안 형성됐던 북한에 대한 환상이 일거에 깨져버린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북한 체제를 지키기 위한 방어용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입증됐다. 한·미가 서해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대한민국 군대가 연평도에서 포격 훈련을 실시했을 무렵, 북한은 시종일관 남한을 향해 핵 공격으로 위협했다. 북핵은 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 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가져왔다는 가설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됐다. 북한은 남한의 정권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도발을 감행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서해교전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동시에 핵실험도 감행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과 위협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불안해할 때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는 무엇을 했는가?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고,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가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결과적으로 국민 우선의 정치는 실종된 채 정파 중심의 저질 정치가 판을 쳤다.

2011년 신묘년 새해에는 북한의 전쟁 위협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위기를 대처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정치를 정상화시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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