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삼겹살, 이마트 피자, 그리고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려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롯데마트의 치킨 등의 논쟁을 겪으면서 필자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소비자 선택을 강조하는 소비자학자로서 개인적으로는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고 도리어 씁쓸하다. 이번 논쟁이나 결과는 중요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시장의 순수한 경쟁의 모습을 찾기에는 과정이나 기간 등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정부의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정책 등은 환영할 만하지만 소비자의 주권을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시장경제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아쉬움이다.
점점 더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명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가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어느 것이 더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소비자로서 자신의 합리적인 선택은 품질이 같다면 당연히 가격이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제한 조건인 기다리는 시간에 관한 고려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마트 안에서 치킨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쇼핑 목록에 없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카트에 넣는 일을 하지 않고 버티기를 해야 한다. 애초에 목표한 3분의 1 가격의 치킨만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비자가 진정한 승자다. 이 또한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자일 수 있다.
이번 치킨논쟁을 통해 시장경제에서 3대 주체인 소비자, 기업, 정부의 역할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기업에는 무엇보다도 제품 경쟁력이 가장 중요할 뿐 아니라 정부의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동반성장 노력,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비자 투표의 형태를 갖는 소비자 선택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판매 중지로 끝난 치킨논쟁을 통해 소비자의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분명 남았다. 우선 가맹점들의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기업이나 정부는 정확하게 검토·시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논쟁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기업들은 분명 이를 읽기를 바란다. 정부 또한 정치적 또는 다른 무엇이 아닌 순수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중시·고려하는 소비자정책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 선택에 의한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